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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못 보면서 잘 본다 하는 죄

by 세포네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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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우리는 목마른 사마리아 여인과 생명의 물이신 주님을 봤습니다.

오늘은 태생 소경인 사람과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순 주일을 지내면서 우리의 문제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생명의 물이신 주님을 목말라하고 태생 소경처럼 주님을 보게 되느냐,

아니면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나 사람들처럼 보고도 못보느냐 그겁니다.

 

그리고 보게 되는 것에도 두 가지 차원이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주님에 의해서 보게 되는 차원과 주님을 보게 되는 차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주님에 의해서 주님을 보는 것인데

주님에 의해서 보게 될 때만 우리는 볼 필요 없는 다른 것이 보지 않고,

나의 빛이요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우리는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먼저 우리는 주님에 의해서 보게 되는 차원을 보겠습니다.

오늘 태생 소경의 경우를 볼 때 육신의 눈이건 영적인 눈이건

다 주님에 의해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소경은 주님께 보게 해달라고 청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보지 못하였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불편한지도 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각이 없으면 그 맛을 본 적이 없기에

단것이 뭔지 모르고 단것이 먹고 싶지도 않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육적인 것이건 영적인 것이건 본 적이 없으면

 보면서도 못 보는 게 뭔지 모르고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능한 안과 의사가 개안 수술을 하여 시각 자체를 살리듯이

우리의 영과 육의 시각도 살려야 하는데 가장 유능한 안과 의사는

하느님이시고 예수께서 바로 그 의사시라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런데 당시 바리사이와 사람들은 우리 믿음과 달리

그리고 태생 소경과 달리 예수님께 이런 믿음이 없는데 왜일까요?

 

오늘 복음의 끝에 주님과 바리사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가 답을 줍니다.

"우리도 눈먼 자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숫제 태중 소경처럼 자기의 보지 못함을 인정하면 주님께서 보게 해주실 수

있지만 못 보면서도 본다고 하고 그래서 개안 수술은 필요치 않다고 하니

주님도 어쩔 수 없으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요. 이들이 못 보는 것은 아니지요.

누구나 그러하듯 이들도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은 잘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여 주님께 보게 해달라고 청하지도 않고

주님께서 보여주시려는 것과 곳을 보지 못하/않는 겁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것이고 풀라톤이 말하는 동굴속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들은 누가 우물 밖과 동굴 밖의 세계를 아무리 얘기해줘도 자기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자기들의 세상에 머물며 밖의 세계는 도무지

알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그것을 알려주는 자를 죽여버립니다.

 

주님은 동굴 밖의 밝은 세상을 보여주심으로 동굴이 얼마나 어두운지

드러내시는 세상의 빛이신데 요한복음이 처음서부터 끝까지 주장하듯

동굴속 사람들은 곧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이 빛을 깨닫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빛을 거부하는 자기들의 죄가 드러날까봐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죽여버리려고 하는 거지요.

 

오늘 제2독서는 우리를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이라고 하면서 우리보고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라고 하는데

그것은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의 열매를 맺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은밀히 저지르는 어둠의 일은 들추어내는 거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빛의 자녀입니까? 아니 빛의 자녀가 되고자 합니까?

빛이신 주님으로 빛이신 하느님도 보고 세상의 어둠을 밝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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