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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착하고 어진 성녀 아가타

by 세포네 2017.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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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폴로, <성녀 아가타의 순교>, 1737년, 캔버스에 유채, 350x170cm, 성 안토니오 성당, 파도바, 이탈리아

 

 

 성녀 아가타(Agatha, 3세기 경)는, 이탈리아 제노바의 대주교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1228?~1298)가 편찬한   『황금전설』에 따르면, ‘고귀한 귀족 태생으로 아름다운 육체를’ 지녔으며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에서 살았다. 그 당시는 로마 황제 데키우스가 그리스도교를 탄압했던 시기(240~251년)로, 수많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탄압과 핍박을 받으며 순교했다.

 그리스어 ‘착하고 어질다’라는 뜻의 어원을 가진 성녀 아가타는 이름만큼이나 선하며 아름다웠다. 이교도인인 시칠리아의 총독 퀸티아노는 성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성녀는 이미 어릴 때부터 그리스도께 자신을 바쳐 일생토록 정결을 지키며 살기로 서원하였기에 청혼을 거절했다. 이에 몹시 화가 난 퀸티아노는 성녀를 매음굴로 보내어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으나, 성녀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때 성녀는 하느님께 “저는 주님의 양이오니, 제 모든 것을 차지하시고, 제가 악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아멘.” 하며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했다. 결국, 퀸티아노는 성녀의 신앙과 정절을 포기하게 하려고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도록 명령했다. 이에 성녀는 “내 육체는 도려낼지라도 내 영혼을 도려낼 수 없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로 인해 많은 화가는 성녀 아가타의 모습을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는 장면이나 도려내진 가슴을 그녀가 쟁반에 담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곤 한다. 베네치아 화가 티에폴로(Giambattista Tiepolo, 1696-1770)의 <성녀 아가타의 순교> 작품에서도 아름다운 성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그녀의 가슴은 이미 고문으로 도려내져 그림 왼쪽 아래에 놓여있다. 그러나 고문의 고통보다는 그녀의 얼굴과 하늘을 향한 두 손의 동작에서, 그리스도에게 봉헌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토록 끔찍한 고문을 받은 성녀는 감옥으로 끌려갔으며, 아무런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가슴이 잘린 고통에 시달리던 성녀는 환시로 하느님께서 보내신 성 베드로를 보았고, 베드로가 치료해준 덕에 성녀의 가슴은 예전과 같았다. 그림에서처럼, 하늘에서 성 베드로와 천사가 내?*육?있다. 하느님께서 성 베드로에게 성녀를 보살피고 치료할 것을 당부하신 것이다. 천사는 쟁반 위에 상처를 치료할 약을 들고 조심스럽게 내?*육?있다. 성 베드로에게 상처를 치료받지만, 성녀 아가타는 마침내 사형을 선고받고 석탄불에 태워지는 형벌을 받고 순교했다.

 

“주님, 저의 창조주시여, 당신은 제가 어릴 때부터 저를 언제나 보호해 주셨나이다. 
당신은 세상의 사랑으로부터 저를 택하시고, 고통을 견딜 인내를 주셨습니다.
 제 영혼을 받으소서.” <성녀 아가타의 마지막 기도 중>

윤인복 소화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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