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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치과 의사의 수호성인 성녀 아폴로니아

by 세포네 2017.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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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 스칼비니, <성녀 아폴로니아 제단화>, 1761년, 캔버스에 유채, 357×212cm, 성 요셉 성당, 브레시아, 이탈리아

 

  1760년 4월 12일, 이탈리아의 과르디아노 포르투나토 신부는 브레시아의 성 요셉 성당에 ‘그리스도께 자신을 봉헌한 젊은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제단화를 의뢰했다.
이탈리아 화가인 피에트로 스칼비니(Pietro Scalvini, 1718~92)는 성녀 아폴리니아(Apollonia, 3세기 경)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두 성녀와 성모자(聖母子)의 모습을 담은 제단화를 제작했다. 그림 맨 앞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굳건한 신앙을 나타내는 동작으로 손을 가슴에 얻고 있다. 그녀 뒤에는 성녀 루치아가 역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의 자세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다. 하늘에서는 성 아폴로니오가 성모자를 경배하고 있다.      

 BC 249년, 성녀 아폴로니아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행해진 그리스도교 박해 때 태어났다. 성녀에 관한 기록은 잘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당시 알렉산드리아 주교 성 디오니시오가 안티오키아의 주교 파비아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필립푸스 황제 통치 시절,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폭도들이 그리스도인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그들을 집 밖으로 끌고 나와 고문하고 살해했다.
편지에 따르면, 연로한 여성 부제였던 성녀 아폴로니아도 약탈당했으며, 성녀를 붙잡은 이교도 선동가들은 그녀의 얼굴을 때려 이를 모두 부러뜨렸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 성문 바깥에 화장용 장작 기둥을 세워 놓고는 자기네들을 따라 그리스도에 대한 신성 모독의 말이나 이교도의 신을 부르는 말을 하지 않으면 산 채로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 뒤 갑자기 결박을 풀고 불 속에 몸을 던졌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녀에게는 턱뼈가 으스러지는 것보다 개종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성녀를 지켜보던 박해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성녀 아폴로니아의 모습은 나이 든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 매혹적인 젊은 처녀로 나타난다. 스칼비니가 그린 그림에서도 화면 중앙에 서 있는 성녀 아폴로니아는 젊은 여인으로 아름다운 자태로 화려하게 묘사되고 있다. 성녀는 후대에 로마에서 순교한 다른 아폴로니아와 혼동되어, 나이가 든 여부제 성녀 아폴로니아는 젊은 여인으로 바뀌었다.
또한 그림에서처럼 성녀는 오른손에 치아 하나가 물려 있는 집게를 들고 있다. 이를 뽑는 고문을 당했기 때문에 고문 도구였던 집게와 황금 치아가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성녀가 당한 고문으로 인해 성녀 아폴로니아는 치과의사의 수호성인이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치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 성녀에게 기도하면 고통에서 구원받는다고 전해진다. 오롯이 하느님만을 섬기려는 성녀들의 순교는 영광스러운 월계관을 안게 된다. 두 명의 천사는 순결의 상징인 백합, 순교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 화관(冠)을 들고 있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 봉사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성녀 아폴로니아의 기도 중>

윤인복 소화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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