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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어린 예수와 어린 요한 세례자

by 세포네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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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요, <어린 예수와 어린 요한 세례자>, 1655-60, 캔버스에 유채, 국립 예르미타시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17세기에 스페인은 빛나는 문화적 영광을 누렸으며 이 시기에 스페인 문화는 다가올 앞선 문화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될 정도로 문화의 황금기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비야에서 태어난 무리요(Bartolomé Esteban Murillo, 1617-1682)는 스페인 바로크풍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일상생활의 장면이나 풍속을 강조한 작품과 그의 생애 절반을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가까이하며 신실한 믿음을 드러내는 종교화를 많이 남겼다. 그의 작품은 이상화된 아름다움과 인간미가 넘치는 화풍으로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무리요의 <어린 예수와 어린 요한 세례자> 작품에서도 앙증맞은 어린 예수와 요한 세례자가 서로 정겹게 마주보고 서있다. 하늘에는 어린 예수와 요한 세례자의 친구 같은 모습을 보고있는 천사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기뻐하며 춤추고 있다.

 많은 화가가 요한 세례자를 주제로 한 작품을 남겼다. 가장 일반적인 요한 세례자의 묘사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성경의 내용과 상관없이 요한은 아기 예수님의 가족과 함께 나타나거나, 광야에서 짐승의 가죽옷을 입은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의 출현과 함께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는 요한의 모습이나, 참수형을 당하는 현장이 묘사된 요한의 죽음 장면이다.
무리요는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모습은 제외하고 어린 예수와 요한 세례자만을 친근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요한의 뒤에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어린양이 눈에 띈다. 어린양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희생으로 한 몸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을 뒷받침하듯 예수님의 발치에는 붉은색 천 위에 사과와 포도가 놓여 있다. 사과는 인간의 죄를 짊어진 새로운 아담인 그리스도의 상징도 된다. 붉은색은 피와 희생의 상징으로, 그리스도의 죽음 이후 희생이나 완결 등 긍정적인 대상으로 존중받는 색상이 되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며 마시는 빨간 포도주처럼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붉은색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수난을 의미한다.

 예수님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요한 세례자는 전통적으로 성화에서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마르 3,4)라는 말씀처럼 넝마 같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 모양으로 표현된다. 또한 그의 상징물로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나 어린양이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요한 세례자는 감긴 종이 위에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Ecce Agnus Dei)라고 적혀 있는 종이가 감긴 갈대로 만들어진 긴 십자가를 쥐고 있다.

 화가는 예수님의 모습을 어린아이로 묘사하고 있지만, 예수님의 표정과 동작에서 “여자 몸에서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람인 요한 세례자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에 요한은 자신 앞에 다가온 주님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며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다.


“여러분도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주님의 재림이 가까웠습니다.”(야고 5,8)

윤인복 소화데레사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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