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나를 따라라.”

by 세포네 2016. 6. 26.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 1599~1600년, 캔버스에 유채, 322X340cm,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 콘타렐리 소성당, 로마


 빛과 어둠의 대비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표현한 이탈리아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년)는 예수님께서 마태오를 부르는 장면을 극적인 긴장감으로 나타내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은 오른손을 들고 있는 예수님의 손을 따라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머문다. 

 카라바조는 로마에 있는 프랑스인들의 교회인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San Luigi dei Francesi)를 위해 성 마태오에 관한 이야기로 그림 세 점을 제작했다. 그 가운데 한 점이 세리였던 마태오를 예수님께서 자신의 제자로 부르시는 일화이다. 예수님께서 손을 들어 가리키며 동료들과 함께 탁자에 앉아 있는 마태오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이르신다. 둥근 탁자에 앉은 다섯 세리들은 각기 다른 표정과 행동으로 예수님의 부르심에 반응을 보인다. 아마 그들에게, 더욱이 마태오에게는 예수님의 출현과 함께 자신을 따르라는 느닷없는 지시가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탁자에 앉은 세리 다섯명 가운데 예수님의 모습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은 셋뿐이고, 탁자 끝의  두 사람은 예수님의 등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예수님과 가까이 있는 두 젊은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표정에 호기심만 가득해 보인다. 그 둘 중 등을 보인 젊은이는 예수님을 향해 몸을 기울여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가 하면, 미소년처럼 보이는 젊은이는 약간 놀란 표정이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새로운 길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눈치이다. 이와 달리 왼쪽 두 사람은 예수님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돈 세는 것에 집중한 젊은이는 오른손으로는 돈을 세고 있지만, 왼손으로는 돈주머니를 슬쩍 감추고 있다. 그 뒤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부를 과시하는 듯한 옷차림새의 노인은 안경을 콧잔등에 걸치고 돈 세는 것을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베레모를 쓴 사람만이 예수님의 부르심에 움직이고 있다.

 사실, 예수님께서 손가락으로 마태오를 가리키고 계시나 정확히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베레모를 쓴 남자가 바로 마태오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들이다. 이 남자는 오른손으로 고개를 숙인 젊은이와 같이 돈을 세고 있지만, 그는 “저를 부르시는 것인지요? 아니면 이 옆 사람인지요?” 하며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펴 자신과 옆의 젊은이를 가리키고 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따르라는 말씀에 이렇다 할 반응을 뚜렷이 보이지 않지만, 돈주머니를 끌어안고 돈을 세던 세리 마태오는 맨발을 한 예수님처럼 이 어두운 공간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뒤를 따를 것이다. 구원의 빛은 탁자에 둘러앉은 다섯 명 모두에게 비추고 있으나, 응답하려 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라.” 하며 초대하는 손짓의 대상은 이 그림을 보고 있는 ‘나’일 수도 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탈출 24,7)





'[교회와 영성] > 성미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0) 2016.07.10
성 제오르지오의 순교  (0) 2016.07.03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0) 2016.06.19
“젊은이야, 일어나라.”  (0) 2016.06.19
성령을 받아라.   (0) 2016.06.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