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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성 제오르지오의 순교

by 세포네 2016. 7. 3.



베로네세, <성 제오르지오의 순교>, 1564년경, 캔버스 위에 유채, 426x305cm, 성 제오르지오 성당, 베로나, 이탈리아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는 성 제오르지오(George)의 순교 장면을 커다란 제단화로 제작했다. 그는 베네치아 화파의 주요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의적 주제, 성경, 역사 등에서 따온 주제를 뛰어난 재능의 화려한 색채로 조화롭게 사용했다. 그의 화려한 색채와 빛의 표현은 건축 구조물과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또한 자유롭게 구사한 원근법은 실제적인 공간 너머까지 시야를 확장해 환영적인 구도로 그의 탁월함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지상과 천상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화폭에는 카파도키아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로마 군대의 기병이었던 성 제오르지오 순교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제오르지오는 서기 303년경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대대적으로 그리스도교를 박해할 때 참수형을 당한 기사였다. 제오르지오는 소년 시절에 입대하여 뛰어난 용맹으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게 총애를 받았으며 로마군 장교까지 승진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된 제오르지오는 박해하는 황제에게 반기를 들었고 황제 앞에서도 결코 종교를 배교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일반적으로 성 제오르지오의 도상은 갑옷을 두른 용맹한 기사가 흰말을 타고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용 한 마리를 창으로 찔러 눕히는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용은 악과 이교도를 나타내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에덴동산의 뱀과 혼합되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용과 싸우고, 이기는 성인의 모습은 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참된 용기와 승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성 제오르지오의 순교 장면은 그의 삶 전체를 압축한 듯하다.
그림의 아래 이미 갑옷은 벗겨진 채 제오르지오는 죽음의 문턱에 앉아 있으나 그의 얼굴은 지상에 머물고 있지 않다. 그는 자신에게 임박한 육체적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가 믿고 사랑하는 그리스도를 곧 대면하게 되리라는 희열로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이다. 그의 옆에 벗겨진 갑옷의 의미는 제오르지오가 세속의 군직을 버리고 그리스도 군대의 반열에 가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세속에서 더욱 자유롭게 믿음의 갑옷을 입고 그리스도의 용감한 군인으로 행동했다. 그의 왼쪽 허리에는 자신의 믿음의 징표인 둥근 메달의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를 달고 있다. 

 성 제오르지오가 양팔을 벌리고 고개를 들어 향한 하늘에는 천상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위에 성모 마리아와 그녀의 무릎에 앉은 아기 예수는 제오르지오를 천상 영광의 상급까지 들어 올리고자 그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 곁에는 이미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가 앉아 있다. 또한 아름답게 우아한 자태를 뽐내듯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덕목인 믿음, 소망,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세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성인의 바로 머리 위에는 아기 천사가 영광의 월계관과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의 표상인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성인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제오르지오는 낡은 갑옷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삶으로 거룩한 순교의 옷을 입고, 월계관을 쓰고 종려나무 가지를 들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 주 하느님께는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네.”(시편 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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