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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by 세포네 2016. 6. 19.


모레토, <바리사이 시몬 집에서의 저녁식사>, 1550-54, 캔버스 위에 유채, 207x140cm, 산타 마리아 인 갈케라, 브레시아, 이탈리아



 어느 날 예수님은 베다니아 마을에 사는 바리사이 사람인 시몬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하신다. 예수님이 손님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어느 행실이 좋지 못한 여인은 예수님을 찾아와 가르침을 듣고 회개한다. 알레산드로 본비치노(Alessandro Bonvicino), 일명 모레토(Moretto, 1498년경~1554)는 회개하는 죄 많은 여자를 용서하는 내용으로 위선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표현했다. 그는 화면 전체를 빛과 어둠의 강약을 통해 온화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기의 색채로 인물을 나타낸다.

 검소한 식탁 위에는 이미 식사를 거의 끝낸 분위기로 먹다 남은 빵 조각과 생선, 음료수가 놓여 있다. 예수님은 오른손으로 그의 발아래에 엎드려 있는 여자를 가리키면서, 시몬에게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예수님과 마주 앉은 바리사이 사람 시몬은 행실이 좋지 못한 여인이 접근한 것이 몹시 언짢았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예수님께서는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루카 7,47)라고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시몬은 고개를 치켜들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시몬과 같은 바리사이 사람들은 특권층에 속해 있는 율법학자들이나 지주들과 어울린 계층이며, 평민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이들은 율법을 충실히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고 경멸하였다. 그러니 시몬에게 자신의 집에서 예수님이 여인의 죄를 용서하고 그 사랑을 드러낸 행동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대 사회에서 손님을 초대했을 때 손님을 환대하는 인사 절차에는 특별한 규칙들이 있었다. 만찬 때는 몸을 옆으로 기대고 다리를 쭉 뻗고 앉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이 문 앞에서 샌들을 벗으면 종들이 발을 씻도록 물을 떠다 주어야 했다. 손님을 더 정중히 모시려면 주인이 손님의 발을 씻어 주기도 했다. 발을 다 씻고 나면 주인이 손님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양 볼에 입을 맞춘다. 손님이 주인과 동등한 사람이라면 볼에 입을 맞추지만, 제사장이나 랍비라면 손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기름을 솔에 묻혀 머리에 발라준다.

 식사에 초대한 바리사이 사람 시몬은 예수님을 어떻게 맞이하였는가? 시몬이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어떠한 예우도 갖추지 않았다. 식탁 모서리에 예수님 발아래에 엎드려 있는 여인은 어떠했는가? 이 여자는 행실이 좋지 못한 여인으로 예수님이 시몬의 집에서 식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달려와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 예수님의 발치에 서서 참회의 눈물을 흘린 후, 그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신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은 후 그의 발에 입 맞추며 향유를 부어 드린다. 이렇게 여인은 예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보인다. 겸손한 자세로 온몸을 낮추고 예수님의 발을 머리카락으로 닦고 있는 이 여인은 오로지 예수님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믿음만으로 자신을 낮추고 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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