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이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후, 모세의 지휘 아래 그들은 홍해를 건너 하느님께서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광야를 걸어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첫 번째 닥친 어려움은 마실 물과 양식이 떨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제 굶어 죽을 지경이었다. 얼마나 더 굶게 될지 모르는 막막한 자신들의 광야 생활에 두려워하며, 하느님을 신뢰하며 필요한 음식을 청하는 대신 모세와 아론에게 강한 불만을 토한다. 이들의 탄원을 들은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그들에게 특별한 먹을거리인 만나를 보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자코 로부스티(Jacopo Robusti, 1518-1594), 일명 틴토레토(Tintoretto)는 극적인 빛의 사용과 인물의 과장된 동작과 역동적인 구성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를 모으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급하고 짧은 필치로 그림의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거친 붓 터치로 성경 속 의미를 박진감 넘치게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에 힘있게 왼팔을 든 모세는 관람자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의 동작에서 느껴지는 소리는 ‘우렁참’이다. 모세는 식구 수대로 하루에 먹을 만큼 단지에 담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매일 배불리 먹을 양을 거둘 수 있으니 조금도 남겨두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눈처럼 떨어지는 만나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 물론 이들이 거두어야 할 만나는 날마다 하루 치 분량만으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언제 양식이 떨어져 광야에서 굶어 죽을지 모르는 백성은, 아무리 무거울지라도 가능한 한 많이 주워서 바구니를 가득 채우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황금빛이 너무나 찬란하여 그 형상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주신다. 모든 이가 원하는 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내려주시지만, 하루 분 이상을 모으지 못하도록 하시어 하느님 나라의 질서를 세우고 계신다. 만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40년간 광야에서 여정동안 만나를 내려 주신다. 지금 하느님은 하늘에서 ‘참된 빵’을 백성에게 주신다. 만나는 성찬식의 상징이 된다. 하늘과 땅을 가르는 듯한 커다란 커튼은 예루살렘 성전의 커튼과 최후의 만찬의 식탁보를 암시한다. 성경에서 만나는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 같은 것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그림에서 만나는 성찬식의 밀떡 형상을 하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만나는 하느님이 내리는 ‘천사의 음식’으로 특별한 음식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요한 6, 33)라고 가르친다. 빵 만나는 예수님의 전형인 것이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 즉 “참된 빵”이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는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모형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요한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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