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얼마 남지 않은 때,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가서 홀로 기도하기 위해 갈릴래아에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다. 하지만 예수님은 조용히 홀로 기도할 수 없었다. 이미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친 기적에 관하여 군중에게 소문이 나 있어 수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 많은 군중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림에서처럼 언덕에 보이는 무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당신을 따라주는 것은 좋았겠지만, 이들에게 줄 음식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허기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제자 필립포와 안드레아에게 먹을 것을 사오라고 하였으나, 그중 안드레아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찾아 예수님께 데리고 간다.
사실, 언덕 중앙에 노란색 옷을 입은 어린 소년이 가져온 소량의 음식으로 이 엄청난 군중의 배고픔을 채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겨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빵과 물고기의 숫자와 먹을 사람의 숫자를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선 사람들의 허기를 충족시키기는 일은 기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음식을 사오지 못한 것에 의기소침해 있을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여 군중을 배불리 먹게 하신다. 푸른색 옷을 입고 앉아 계시는 예수님께서는 아이가 가져온 빵 하나를 들고 계신다. 두 제자는 아이를 인도하고 있고, 아이는 손에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빵 네 개를 들고 예수님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왼손에 빵 하나를 들고 계신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때처럼 오른손을 들어 빵과 물고기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계신다. 이후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신다. 이미 그림에서는 모두가 배불리 먹은 후의 장면으로 맨 앞에는 먹고 남은 음식을 광주리에 열심히 모아 담고 있는 제자들이 있다. 이와 같은 예수님의 기적에 무리를 지어 앉은 사람들은 허기를 채워 만족스러운 표정이기도 하지만, 빵과 물고기를 불린 기적에 더 놀라워하며 웅성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배불리 먹고 난 이들 뒤쪽에 예수님께서는 홀로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기도를 드리신다. 빵과 물고기의 많게 하심은 성부를 향한 감사의 기도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요한 11, 41) 오른쪽 위, 구름 속에 빛나는 광채와 함께 성부가 지상을 내려다보며 축복하고 계신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미사 때 성찬례를 연상시킨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내가 생명의 빵이다.” (요한 6, 35)라고 하신다. 또한 이 어린 소년이 들고 있는 물고기는 구원을 가져오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물고기는 그리스어로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Ι(Iesus) Χ(Christos) Θ(theu) Υ(hyios) Σ(soter)’를 나타내는 말의 첫 글자들을 따면 ‘물고기,ΙΧΘΥΣ(ICHTYS)’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빵과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식사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성찬례와 결부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이사 5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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