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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목자와 양 떼

by 세포네 2015. 8. 2.

예수님의 생김새를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물론 각자 상상하는 그분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예수님 모습은 조금 긴 얼굴에 턱수염을 길렀으며, 구불구불한 긴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 형상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습은 화가들이 약간의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예수님을 그려 점차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어 지금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사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거의 몇 세기가 지난 뒤 그분의 모습을 그려야했던 로마 말기의 사람들에게는 지금처럼 예수님의 모습이 사진이나 동영상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예수님을 신성과 인성을 함께 지니신 모습으로 나타내야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교 사람들은 태양신이나 미트라스의 신들이 지닌 이교도적이고 고전적인 모습, 아름다운 그리스 소년이나 철학자 등의 모습에 예수님의 의미를 부여하여 나타내었다.

길 잃은 양을 인도하는 착한 목자의 모습은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많이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 중 하나이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튜닉을 입은 착한 목자가 두 손으로 양의 두 다리를 한쪽에 잡고 있는 도상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라벤나에 갈라 플라치디아(Galla Placidia)의 무덤 내부에 장식된 모자이크 가운데에서도 ‘착한 목자’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무덤은 라틴십자가 형태로 외관은 단순한 붉은 벽돌집이지만, 내부는 전체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무척 화려하다. 팀파늄 벽면에 장식된 ‘착한 목자’는 양 떼 사이에 자연스럽게 앉아 있다. ‘착한 목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가 여러 동물에 둘러싸여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오르페우스의 신비한 연주로 들짐승들이 감화되었듯이 사람들도 예수님에게 감화되어 구원받을 것이라는 맥락이다. 젊은 그리스도(착한 목자)는 남루한 옷을 걸친 목동이 아니라 그리스 전통의 우아한 자세에, 왕 중의 왕이라는 의미로 황금빛 옷을 입은 황제의 모습이다. 또한 영원한 젊음으로서 신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리스 시대의 아폴론처럼 수염이 없는 젊은 청년의 예수님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위에 앉은 예수님의 왼손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쥐고 있고, 오른손은 한 마리의 양을 보듬고 계신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양 떼(우리)를 구원하려고 세상에 오셨으며, 양 떼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실 착한 목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고 세상 어떤 권력과 위협도 그리스도의 손에서 앗아 갈 수 없도록 약속하신다.

예수님 주변에는 양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모든 양의 시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예수님을 향하고 있다. 각기 다른 양들(각기 다른 사람, 각기 다른 민족)은 단 하나의 양 떼를 구성하여, 하나의 공동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조화롭게 일치를 이루고 있다. 모자이크는 마치 낙원의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착한 목자와 함께 있는 양들은 바로 그리스도에게 구원되어 낙원에서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영혼을 상징한다.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분 목장의 백성 그분 손수 이끄시는 양 떼로세. 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시편 9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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