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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순교

by 세포네 2015. 8. 2.

조토(Giotto di Bondone, 1266/76~1337)는 추기경 스테파네스키의 주문으로 세 폭 제단화를 제작한다. 이 제단화는 처음에 바티칸의 옛 성 베드로 성당의 제단화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바티칸 박물관 내 회화관에 소장되어 있다. 제단화 앞면 중앙 패널에는 옥좌에 앉은 예수님이, 양쪽 패널에는 각각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순교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중앙 패널에는 금빛을 배경으로 옥좌에 앉은 예수님이 있고, 그 주위에는 천사들이 둘러서서 경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발아래 왼쪽에는 그림의 주문자인 추기경 스테파네스키가 무릎을 꿇고 손을 합장하고 있다. 예수님이 앉은 옥좌는 흡사 지붕과 벽을 가진 작은 감실 또는 닫집을 연상시킨다. 양옆에 늘어선 천사들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첨두형 위에는 하느님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패널은 네로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할 때 베드로 사도가 순교하는 장면이다. 베드로의 순교 장면은 전통적인 도상에 따라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처럼 죽고자 하지 않고 머리를 아래로 하고 십자가에 매달리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베드로는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 (요한 21,15)라는 예수님의 위탁을 받고 교회의 양 떼를 맡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순교자로 생을 마친 것이다. 십자가 아래는 군사들과 슬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위로는 천사들에 의해 하늘로 오르는 날개 달린 베드로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패널은 바오로 사도의 순교 장면이다. 유대인이자 로마 시민권을 가졌던 바오로는 십자가에 매달린 것이 아니라, 긴 검으로 참수형을 당한다. 그래서 긴 검은 성 바오로 사도의 상징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두개의 작은 언덕을 배경으로 왼쪽에 머리가 잘려나간 바오로의 참수 장면이 나타나고 그 주변으로 병사와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다.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전부였다. 그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 20)라고 한 말대로 예수님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영광스러운 순교자로서 천상의 공간에 머물게 된다. 베드로와 마찬가지고 천사들이 날개 달린 바오로를 하늘로 인도하고 있다. 왼쪽 언덕에는 로마에서 공경받는 성녀 플라우틸라(Plautilla)가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사도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았고, 사도 바오로의 순교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바오로가 하늘에 오를 때 떨어진 수건을 받으려 한다. 이는 그녀도 바오로처럼 예수님을 위한 삶을 따르겠다는 것을 뜻한다. 교회의 두 기둥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예수님을 위해 타오르는 두 등불로 초대교회의 지도자이며 순교자로서 교회의 초석이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살아있는 동안 그리스도 교회를 건설고자 하는 한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께 자신들의 목숨까지 제물로 봉헌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하늘로 불러 올려 천상영복을 누리게 하신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골로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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