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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너의 나로 새로워 진 나

by 세포네 2009. 3. 29.

 

 

 

 


        저는 시력이 좋았습니다.
        아직도 1.5이니 여전히 좋은데
        노안이 일찍 와 10년 넘게 안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작년 평양에 갔을 때 아끼던 안경을 잃고 왔습니다.
        제 눈에 잘 맞아 아끼던 것이기에 아주 아까웠지만
        북한에서는 안경도 돈이 없어 못 쓰는 사람이 많으니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자선은 없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경을 잃게 되는 것이 우산과 비슷합니다.
        비올 때 쓰고 나갔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잃어버리곤 하지요.
        그래서 우산은 돌고 돕니다.
        그 안경도 사실은 제가 마련한 것이 아닙니다.
        저처럼 누가 잃어버리고 수도원 성당에 두고 간 것인데
        한참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안경점 가는 것을 마치 큰일처럼 벼르고 별러야 가는 저이기에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제가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나 저나 노안용 안경은 책 볼 때나 필요하고
        늘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쓰기 시작한 지 십년이 지나도 챙기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고
        그래서 마침내는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느님도 제게 이런 분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필요할 때는 찾다가도 필요 없으면 잃어버리는 外用品인지,
        심장이나 콩 팥처럼 언제나 내 안에 “나”로서 계시는 분인지.
        적어도 外用品이 아니라 內用品이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 노래를 배울 때 처음 배운 노래,
        “심장에 남는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오늘 첫 번째 독서의 말씀은 이러합니다.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계약은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새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새 사람이 진정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새 옷을 입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옷을 바꿔 입는 것으로 새 사람이 된다면
        모든 사람이 새 사람이 될 수 있고
        모두 새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낡은 내가 죽어야만 합니다.
        헌 안경을 잃어야 새 안경을 가지게 되듯,
        낡은 내가 죽어야 새로운 내가 태어납니다.

        그런데 새로운 나는 이제 더 이상
        나의 “나”가 아니라 너의 “나”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어 내 안에 계시듯
        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증여된 네 안에 있는 “나”입니다.
        김 수환 추기경의 각막이 증여되어 누구의 눈에 있듯이
        김 수환 추기경의 각막이 여러 사람의 눈이 되었듯이
        죽어 새로워진 나는 수많은 나로 태어나 열매 맺게 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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