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열차 '가을여행 5選'] ⑤전남 순천만
세계 5대습지‥갈대.갯벌.철새 생태천국, '4季' 운치 달라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으로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 순천만.”
30일 오전 6시30분 서울 용산역,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려고 플랫폼에 발을 들여 놓았다.
도심 한복판, 새벽을 머금은 공기가 상쾌했다. 문득 어릴 적 추억이 스쳤다.
30년 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기자는 ’기차는 어디서 밤을 새울까?’, 그게 몹시 궁금했다.
- ▲ 창녕 우포늪과 함께 28일 창원에서 개막한 환경올림픽 '제10차 람사르 총회'의 생태탐방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대표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가을 풍경. / 사진=연합
아버지에게 ’기차 집’에 가보자고 졸라댔다. 당시 장사로 다섯 식구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아버지가 막내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데는 꼬박 달포가 걸렸다.
선친께서는 필자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에서 4㎞가량 떨어진 한 간이역에 도착해 “여기가 기차 집”이라고 설명해 줬다.
나중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서울역에 가보았는데, 끝없이 늘어선, 수많은 기차를 보고 “야! 이곳이 진짜 큰 기차 집이구나”하고 놀랐던 기억에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 달리는 카페, 무궁화호 열차 = 유치(幼稚)한 생각이 끝날 무렵, 기차 출발 안내방송이 나왔다.
오랜만에 탄 무궁화호는 명절 때 간혹 접했던 ’콩나물시루’ 열차와는 사뭇 달랐다.
열차 내부는 쾌적했고, 의자는 안락했다.
달리는 열차 통유리에 비치는 풍광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무들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가을걷이를 끝낸 들녘에는 볏단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겨울에 기차여행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 인상깊게 봤던 일본 영화 ’철도원’(하얀 눈으로 뒤덮인 시골 마을 종착역(호로마이역)을 평생 지켜온 철도원 이야기)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열차 승객들도 대부분 시선을 차창 밖에 고정하고 있다.
열차가 1시간여를 달리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3호차와 4호차 사이에 ’카페열차’가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줬다.
카페 열차에는 간이 식당뿐 아니라 노래방시설과 인터넷 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노래방은 10분에 2천원, 30분에 5천원, 1시간에 1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카트에 음료수와 맥주, 안주 등을 싣고 팔던 ’아저씨들’이 사라지고 카페열차가 탄생했는데, 승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단다.
이정선(38.여.충남 계룡시) 씨는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음식을 팔 때는 열차 안에 냄새도 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없었는데 조그마한 카페가 생겨 열차여행이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열차 안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2명과 함께 관광차 순천만을 가는 장달천(47), 박종애(39.여.서울 강북구) 부부를 만났다.
네 가족 열차 요금은 부부와 중학생 딸이 각각 2만3천500원, 초등학생 아들이 1만1천700원으로 약 8만원. 전남 고흥이 고향인 정 씨 가족은 ’안전성과 쾌적함 때문에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아내 박 씨는 “요즘은 특히 휘발유 값이 비싸 장거리 여행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열차를 이용한다”며 “우선은 운전할 일 없어 좋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열차여행은 가족 간에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어 더욱 좋다”며 “최근 열차가 승용차보다 환경오염이 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열차를 더 자주 이용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후 1시21분, 열차는 도착 예정시각에 정확히 전남 순천역에 다다랐다.
5시간30분 소요됐지만 카페와 객차를 오가고, 잠시 눈도 붙일 수 있어 전혀 따분함을 느끼지 못했다.
순천역 앞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순천만행 셔틀버스(일명 빨간색 2층 버스)에 올랐다.
25분후, 드디어 생태계의 천국, 광활한 순천만이 눈앞에 들어왔다.
◇ “순천만 알려면 네 번 와야”‥운치 다른 ’4季’ = 순천만은 창녕 우포늪과 함께 28일 창원에서 개막한 환경올림픽 ’제10차 람사르 총회’의 생태탐방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대표 연안습지다.
이미 총회에 참가한 국내외 NGO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2003년말 국토해양부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6년 1월 20일에는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면서 세계 5대 습지로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순천만 여행은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대대포구에서 부터 시작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 기행’에서 안개나루라고 표현한 대대포구의 안개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인 순천만은 북쪽으로 빽빽한 갈대밭, 남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로 이뤄져 있다. 그 갈대 사이로 S자를 그리며 물길이 생겨났고, 물길과 갈대밭 사이에 철새가 둥지를 틀었다.
순천만에 와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바로 선상투어. 30분간 배를 타고 순천만을 가로지르면 ’순천만이 왜 자연의 보고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남편과 순천만을 찾은 박영애(45.여.경남 창원) 씨는 “국내에서 순천만처럼 광활한 갯벌은 처음 봤다”며 “탐스런 황금 물결을 이루는 갈대 군무가 아주 인상적”이라며 감상에 젖어 눈을 떼지 못했다.
선상투어가 끝나고 갈대 갑판을 걸었다. 용산에 올라 순천만을 보니 특히 S자 수로의 경치가 가히 절경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기자를 안내해 준 순천시청 최덕림 관광과장은 “순천만을 제대로 즐기려면 일몰과 일출을 절대 놓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최 과장은 “순천만 여행은 대자연 앞에서 인생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며 “순천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운치가 전혀 달라 네 번은 와야 순천만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순천만 여행에서 겨울철새 구경도 놓치면 안된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도요물떼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황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진객들이 겨우내 쉬어 가는 곳이다.
또 28일 개막해 11월 4일까지 계속되는 순천만 갈대축제는 가족 추억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 주변 볼거리, 그리고 맛집 =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3대 사찰인 송광사와 나무, 꽃이 많아 아름다운 사찰에 손꼽는 선암사를 둘러봐야 한다. 선암사 가는 길목에 순천 야생차체험과 조선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 민속마을, 인기드라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을 촬영한 드라마촬영장도 볼만하다.
순천만 주변에는 장어구이와 짱뚱어탕, 낙지 전문 음식점 10여 곳이 성업 중이고, 순천시청 주변과 연향동에 유명한 한식집과 횟집이 자리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순천시 관광안내소(☎ 061-749-3107), 순천만 자연생태관(☎ 061-749-3006, 4007), 순천만 홈페이지(www.suncheonbay.go.kr), 순천시청 홈페이지(www.sc.go.kr), 코레일 고객센터(☎ 1588-7788)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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