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열차 '가을여행 5選'] ③제천 청풍호반
옛 풍류 간직한 '내륙의 바다'‥청풍호 기암절벽 '백미'
“옛 풍류 간직한 내륙의 바다, ’청풍호반’.”
충북 제천은 ’청풍명월의 고장’이다. 듣기 좋으라고 그냥 붙인 이름이 아니다. 산과 호수가 화폭처럼 펼쳐져 있고, 서울에서 2시간여 거리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공기가 맑아 예로부터 내려온, 멋들어진 이름이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도 이 고장의 자랑이다. 제천의 ‘명소’ 청풍호반이 이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는 것은 과거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사람들의 손때가 덜 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제천은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 열차가 지나는 열차 교통의 중심지이다. 기차여행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며 기자는 청량리발 제천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 가을 운치, 가족애, 그리움... = 27일 오전 6시50분 청량리역. 촉촉하게 내린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져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얼굴에는 반가움, 호기심, 그리움, 애틋함이 묻어 났다. 열차 안에 오르니 포근한 의자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10여 년 전 대학교 동아리 모임에서 사진 촬영하러 경남 삼랑진행 열차를 타본 이후 처음이다. 객실은 훨씬 청결해졌고 조명등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열차는 10여 분만에 첫 번째 정차역인 덕소역에 도착했고 100명이 훨씬 넘는 산악회 승객들이 올라 조용하던 열차 안이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일부 회원들은 삶은 계란과 김밥, 떡, 음료 등으로 아침 식사를 했지만 “어제 과음했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는 사람도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는 팔당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큰 일교차 탓에 댐 중간까지 물안개가 피어올라 가을 운치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았다. 승객들은 팔당호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느라 분주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청풍호반으로 주말여행을 간다는 권영섭(42.경기도 구리시), 이유정(38.여) 부부는 “저렴한 데다 가족끼리 대화하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운치를 즐길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이 낸 청량리역-제천역의 편도 열차 요금은 어른 1인당 9천600원, 학생 1인당 4천800원으로 총 2만4천원이다. 권 씨 가족이 열차를 애용하는 데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 외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아토피 피부병이 있는 딸 때문에 삼림욕을 하러 자주 지방을 찾으면서 열차 애용자가 된 것이다. 아내 이 씨는 “자동차로 여행할 때는 (자동차 매연 탓에) 창문도 열지 못했는데 가족, 특히 아이의 건강을 위하고 더 나아가 환경 보호까지 할 수 있어 열차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친환경 열차’ 애용자답게 솔깃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열차 이용 시 출발지에서 행선지까지 절약되는 환경 비용을 승차권에 표기하고 이산화탄소 마일리지를 누적, 연말에 환급해 주면 좋겠다”며 “이는 승객들에게도 열차 이용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5년 펴낸 ’기후변화협약 대비 교통부문 온실가스 저감정책의 효과분석’에 따르면 열차의 연료 소모량은 승용차의 8분의 1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물차의 13분의 1 수준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처지로선 열차야말로 꼭 알맞은 여행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는 청량리역을 출발한 지 2시간45분만인 오전 9시35분에 영화 ’신기전’의 촬영 장소이기도 한 제천역에 도착했다.
청풍호반은 제천역에서 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타면 25분 정도 걸린다.
◇ 내륙의 바다 ’청풍호반’ = 청풍호반은 제천역으로부터 20km 거리인데, 가는 길의 풍광이 빼어나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자마자 길 양쪽으로 12㎞에 걸쳐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벚꽃이 한창인 4월이나 단풍철인 10월에는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이 길을 지나면 금월봉을 만나는데,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청풍나루터 길목에는 KBS드라마 ’태조 왕건’의 해상 촬영장이 있는데, 후삼국 시대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예성강 입구의 벽란도 포구와 왕건의 배, 왕건의 집, 옛날 초가집 등의 세트가 늘어서 있어 마치 고려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청풍대교 쪽을 바라보면 ’작은 민속촌’으로 불리는 청풍문화재단지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충주댐 조성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문화재와 민가를 청풍호반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위로 옮겨 복원한 곳이다.
특히 단지 내 청풍 금병헌은 예전에 사또가 살던 동헌을 되살려 놓은 곳으로 명월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사또와 아전의 인형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청풍나루에서 충주호(제천에서는 청풍호로 통함)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을 타고 호반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기암절벽을 감상하는 것은 청풍호반 여행의 백미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푸른 대나무 형상의 옥순봉, 비단을 깔아놓은 듯하다고 해 붙여진 금수산, 거북이 모양의 구담봉, 제비가 막 날개를 펴는 모습을 닮았다는 제비봉 등은 모두 ’내륙 속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반의 명물이다.
대형선과 쾌속선 두 종류로 구간에 따라 40분 내지 2시간50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성인 1인당 9천-1만8천원이다.
◇ 놓치면 안 될 ’세 곳’과 맛집 = 제천에는 꼭 봐야 할 세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 ‘의림지’와 고종 때 팔도 유림을 모아 비밀회의를 했던 곳으로 일제에 항거한 제천 의병의 기개가 살아 있는 ‘자양영당’,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 ‘배론성당’이 그것이다. 인근에 박달재도 볼만하다.
맛집으로는 먼저 청풍호 초입 금성면 구룡리의 ’양화 손두부촌(☎ 043-652-0177)’을 꼽을 수 있다. 집에서 직접 제조한 두부요리에 옛맛을 살린 청국장, 꿩만두 전골이 별미다.
’금수산 송어장 횟집(☎ 043-652-8833)’은 태조왕건 촬영장 인근 무암사 계곡에 있다. 금수산 계곡에서 양식한 송어와 산천어, 향어가 주 메뉴. 싱싱한 민물 회를 고소한 콩가루에 묻혀 먹는 맛이 일품.
자세한 문의는 제천시 문화관광과(☎ 043-641-5140, www.okjc.net/tour), 충주호관광선 청풍나루터(☎ 043-647-4566, www.chungjuho.com), 코레일 고객센터(☎ 1588-778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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