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 성월 앞두고 미리 가보는 제주교구 성지
▶올 10월 28일 문을 여는 용수성지 성 김대건 표착 기념관 전경.
▶신창본당 마당에는 김대건 신부가 제주 표착 당시 타고 온 라파엘호 복원 모형이 전시돼 있다.
▶서귀포시에 있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 집 전경. 김대건 신부 동상 뒤로 100여년 된 감귤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교구가 지난 해 4월 세운 김기량 순교현양비.
신앙선조 숨결 배인 제주로 떠나자
별도봉-정난주 발자취 묵상·낙조감상도 장관
김기량 순교현양비-조천포구~현양비 순례코스로 알맞아
면형의 집- 한국전쟁 아픔·포로들 신앙정신 체험
제주도에는 대정, 황사평 등 널리 알려진 성지 뿐 아니라 신앙선조들의 증거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많다. 천주교 박해시대에는 수많은 증거자와 순교자들의 유배지였고 1901년 신축교안(辛丑敎案) 때는 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 제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곳곳이 육지와는 사뭇 다른 명소와 천연기념물로 가득해 관광을 겸한 묵상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물씬 배어 있는 제주로의 여행을 미리 떠나본다.
○… ‘정난주’를 따라 걷는 길, 별도봉
정난주(마리아)는 남편 황사영이 1801년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순교하면서 제주로 귀양 오게 된다. 이때 아들 황경한은 추자도에, 어머니 이윤혜는 거제도로 귀양을 가게 돼 온 가족이 생이별 하는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정난주는 신앙의 불모지인 제주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자로 모범을 보여 주민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정난주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에 가기 전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제주목 관노로 귀양 온 정난주의 발걸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별도봉(別刀峰)’이다. 제주시 화북동 제주 국립박물관 뒤에 있는 별도봉은 정난주가 화북포구에서 대정으로 향할 때 걸었던 길로 추정되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별도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추자도가 한 눈에 보이는 개활지가 있다. 추자도에 아들을 보낸 채 제주에 도착한 정난주가 추자도를 보며 아들 생각에 눈물짓지 않았을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별도봉은 가파르지 않은데다가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어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고 낙조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200년 전 이곳을 걸었던 정난주의 발걸음을 느낄 수 있다. 별도봉은 1901년 신축교안 때 관덕정에서 목숨을 잃은 신자들의 시신을 가매장 했던 곳이기도 하다.
○…제주의 사도 김기량 순교현양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는 제주에 신앙의 씨앗을 뿌린 김기량(1816~1866) 순교 현양비가 들어서 있다. 순교현양비는 현재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의 첫 사도 김기량의 순교정신을 기리고자 제주교구가 지난 해 4월 세운 것이다. 도로 바로 옆에 있어 언제든지 들러 기도할 수 있다.
조천포구가 보이는 조천성당에도 김기량 순교현양비가 세워져 있다. ‘별장성당’이라 불릴 만큼 풍경이 수려한 조천성당에 들러 제주의 첫 사도인 김기량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조천포구는 김기량 순교자가 1858년 5월 홍콩에서 세례를 받고 의주를 거쳐 귀국 후 제주로 들어온 장소다. 조천포구에서 순교현양비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한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순례 코스로도 알맞다.
○…김대건 신부가 첫 발을 디딘 곳, 용수성지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인 올해 꼭 가 봐야 할 곳이 있다. 김대건 신부가 귀국길에 탔던 라파엘호가 표착한 ‘용수성지’(제주시 한경면 용수리)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이곳에 ‘성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성지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용수성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신창성당에서는 복원된 라파엘호를 만날 수 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에 오르면 라파엘호가 상해에서부터 제주까지 오게 된 바닷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에서부터 차귀도, 그리고 용수성지가 있는 용수포구까지 이어지는 조류를 보면 김대건 신부의 고난과 역경의 뱃길을 짐작할 수 있다.
○…신앙이 살아 숨 쉬는 명소
모슬포성당 내에 있는 ‘사랑의 집’은 한국전쟁의 아픔과 포로들의 신앙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현재 성당 식당으로 사용되는 ‘사랑의 집’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수용돼 있던 중공 군인들이 군종신부이던 소 설리반 신부의 활동에 감복해 지은 성당이다. 중공군 포로들은 포로교환협상 탓에 성당을 다 짓지 못한 채 제주를 떠나게 되며, 신자들이 공사를 마쳐 1954년 3월 사랑의 집은 축복된다. 현무암으로 지어져 제주 특유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집은 정난주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와 가까워 잠시 들러 볼 수 있는 장소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도회 ‘면형의 집’은 제주의 두 번째 성당이던 한논성당(현 서귀포본당)이 있던 곳이다. 특히 이곳에는 100여년 된 감귤나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식물학자로도 유명한 한논본당 제3대 주임인 임덕기(에밀리오) 신부는 한라산의 왕벗나무를 일본에 보내고 대신 밀감나무 묘목을 들여와 보급해 현재 제주 감귤농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면형의 집 앞마당에 있는 감귤나무는 당시 임신부가 들여온 나무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묵상에 좋은 명소들
피정의 집에서만 묵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 곳곳에 있는 천연기념물들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잠시 들러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묵상하기에 좋다. 제주에서 삼뫼소 은총의 동산으로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금산공원’, 용수성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월령선인장자생지’, 예비신자였던 추사 김정희가 추사체를 완성한 ‘안덕계곡’, 신축교안의 배경이 된 오신락 사건이 일어난 ‘쇠소깍’은 묵상지로 제격이다.
※취재협조=라파엘여행사(064-759-5514~5)
김기량 순교자 현양 본격 나서
■제주교구 순교자 현양 바람 거세다
9월 한달 간 지구별 현양대회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관 개관
제주교구가 시복시성 대상자인 제주의 첫 사도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순교자 현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해 4월 조천에 순교현양비를 세우고 조천포구에서 현양비까지의 도보성지순례를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등 순교자 현양운동의 불씨를 지핀 교구는 순교자성월인 9월 한 달간 지구별로 순교자 현양대회를 갖는다.
제주 서부지구는 9월 3일 오후 2시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지구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순교자 현양대회를 갖는다. 제주시지구도 9월 10일 오후 2시 김기량 순교현양비 앞 광장에서 순교자 현양대회를 개최한다. 제주시지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김기량 순교자가 제주에 귀환할 때 들어왔던 조천포구에서 순교현양비까지 도보순례를 가질 계획이다. 이어 남부지구도 9월 17일 오전 11시 중문초등학교에서 현양대회를 열 예정이다.
9월 순교자현양대회에 이어 10월에는 올해로 순교 160주년을 맞은 성 김대건 신부의 제주표착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문을 연다.
10월 28일 축복식을 가질 ‘성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은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4272-2에 자리하며, 대지 4300평 건평 168평에 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선다.
기념관 1층에는 유해실과 김대건 신부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생애관, 자료실이 들어서며, 2층은 성 김대건관, 제주교구관, 제주표착관이 자리한다.
성 김대건 표착기념관은 김대건 신부의 제주표착 의미와 제주교구의 신앙적 뿌리를 재조명할 뿐 아니라 제주교구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열린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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