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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상) 화장품 만드는 수사들

by 세포네 200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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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수사와 관계자들이 화장품 및 피부 관련 제품 연구를 하고 있다.

▶이디(IDI) 화장품 공장에서 수사들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 생산 설비 시스템.

▶현지 수사들과 한국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바올로 르와띠 수사

 

 

 

 피부노화 방지에서 아토피질환 치료까지
150년간 피부병 치료 노력
의약품과 화장품 연구·생산

이탈리아 포메찌아=우광호 기자

이상한 수도자들이 있다. 그것도 가톨릭의 중심, 로마에서 말이다. 겉으로 드러난 외면만 보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평범한 수도회가 아니다. 기업을 설립하고 공장과 연구소를 운영한다. 일반 기업과 교류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돈도 주고 받는다.

로마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 신자 왈. “그 수사님들이요? 잘 알지요. 그 수사님들이 만드는 제품 최고예요. 로마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수도회 이름은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란다. 그리고 화장품을 만들어 판다고 했다. 계속 커져만 가는 궁금증. 입소문으로만 들은 그 베일에 가려진 수사들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자동화 시스템 갖춰

이탈리아 로마시내에서 서쪽으로 차로 30여분 달려 도착한 포메찌아(Pomezia) 지역. 서울~부천 쯤 되는 거리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운영하는 이디(IDI) 화장품·제약회사는 건물이 커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만5000㎡에 이르는 넓은 땅에 들어선 현대식 건물, 삼엄한 경비, 엄격한 보안 시스템…. 수도회 건물이라고 하기엔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다만 공장 앞에 있는 성모상만이 이곳이 가톨릭과 관련된 곳이라는 것을 말해줄 따름이다. 공장 책임자라는 사람이 나와서 공장을 안내했다.

“철커덕, 척척, 기~잉, 철커덕~” 완전 자동화된 생산 설비 시스템에서 화장품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기미 주름을 없애고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는 노아젠 아이오일, 기초 화장을 위한 클렌징 밀크, 여성용 스킨, 로션, 영양크림, 아토피 피부 질환 아동을 위한 산성비누….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연구진 땀의 성과물

그런데 정말 놀랄 일이다. 그 기계 앞에 서 있는 공장 노동자들이 다름 아닌 수사들이란다. 안내자는 이들을 두고 유럽교회에서는 ‘피부의 수도자들’(Frati della pelle)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수도회에서 만든 화장품이 별 볼일 있겠느냐’는 생각은 금물. 연매출이 200만 유로에 이른다. 가지고 있는 관련 특허만도 수백여개에 이른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화장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피부관련 의약품 및 피부치료 미용제품도 함께 생산한다. 안내자는 모두 150여년에 이른 수도회 전통과 마리아의 수도회 관련 연구진 200여명의 땀으로 이뤄진 성과물이라고 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왜 수사님들이 화장품을 만들게 됐을까. 그리고 화장품 판매로 번 돈을 어디에 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자동화 설비에선 전세계로 팔려나갈 ‘수사님표 화장품’이 쉴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복자 루이지 마리아 몬티(Luigi Maria Monti, 1825~1900)에 의해 1857년 이탈리아에서 창설됐다. 창설 당시 이탈리아와 유럽에서는 한센씨병 등 피부병이 창궐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다.

이에 마리아 몬티를 비롯한 많은 의사 수사와 간호사들은 직접 피부 전문 병원을 설립하고 피부병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등 지난 150여년간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이탈리아 현지에선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수도자들을 ‘피부의 수도자들’이라 부르고 있다.

근대 이후, 한센씨병 등 대부분 피부병 치료가 발전하면서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사도직을 일부 전환, 피부 관련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빈민구제 등 복지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무료 종합병원 운영, 제3세계 빈민지원, 청소년·장애인 복지시설 운영 등이 대표적 사례.

한국에는 1996년 진출했으며, 현재 수원에서 사제 2명, 수사 2명, 수련자 1명, 청원자 2명 등이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고 있다. 한국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도 현재 로마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수입, 판매해 그 수입으로 장애인 및 청소년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31-207-4983


“피부병 환자 위해 세계 곳곳서 봉사”
■피부 전문의 바올로 르와띠 수사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11살 때 수도회에 입회, 56년간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온 바올로 르와띠(Paolo Ruatty,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67) 수사. 그의 삶은 기도와 세속의 저울질에서 세속으로 조금 기운다. 아니 철저히 세속의 한가운데서 살아왔다.

청년 시절, 성직 수도자의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해 피부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의료 봉사에 헌신하기 위해 사제직을 포기하고 평수사로 남았습니다. 사제직무에 매달리다 보면 제 자신의 소명에 소홀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후 르와띠 수사는 평생 동안 빈민구제와 무료 진료 등에 헌신했다. 세계를 다니며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했고, 그 공로로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훈장도 받았다.

르와띠 수사는 “이젠 새로운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이웃 나라 알바니아에 의대를 세우고,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 의료를 확대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꿈이냐구요. 아닙니다. 저의 일생과 함께 해주신 주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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