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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몽골 5.신앙의 칭기즈칸을 꿈꾸며

by 세포네 200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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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 중심가에서 10여분만 벗어나면 산등성이 위로 올라가는 판자촌을 볼수 있다.
▶'안툰 모스타이르트 몽골문화연구소' 대표 가비 바마나 신부
▶몽골지목구장 파딜라 주교

 

 

 

 

 이동식 ‘유목민 성당’ 건립이 꿈

전통가옥 겔을 지고 이동할 때마다
십자가 함께 지고 다니는 모습 기대

몽골=주정아 기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중심가에서 10여분만 벗어나면 변두리 주변 산등성이를 빼곡이 덮은 판자집들이 시선을 가로막는다.

산등성이 위로 위로 올라가는 판자촌 지역은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 몽골 국토는 한반도 7배 크기지만 인구 절반 가량이 울란바타르와 그 변두리에 몰려 살고 있다.

변두리에 자리잡은 판자집과 전통가옥 겔 내부의 모습은 별 차이가 없다. 하나의 방 가운데 난로와 의자, 식구 숫자에도 못미치는 담요 몇 장, 냄비와 주전자 한 개씩, 물통과 바가지 그리고 몇 개의 그릇과 숟가락이 살림살이의 전부다. 또 이곳 주민 대부분은 시골에서 올라와 별다른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정부에서 주는 육아수당과 길거리 좌판에서 버는 푼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가난은 몽골 복음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샤머니즘은 몽골인들의 일상 안에 너무도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마침 기자는 몽골을 찾은 첫날 장례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이곳의 장례식은 해뜨기 전에 치러야한다는 풍습 때문에 첫새벽 전 캄캄할 때 진행됐다. 장지로 가는 사람의 숫자도 갈 때는 홀수, 돌아올 때는 짝수로 움직인다. 짝을 맞춰 돌아와야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그들의 믿음 때문이다.

가난도 전생에 죄가 있어서 받는 벌이라고 생각하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차량마다 핸들에는 ‘한탕기’라고 하는 길조를 나타내는 푸른 천이 감겨 있다. 어떤 때는 설날조차 1주일 전에야 알 수 있다. 라마승이 길한 날로 정해주기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 도입 이후 물질만능주의와 빈부차, 윤리와 도덕성 부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중 가정파괴는 한결같이 문제삼는 현상이다. 몽골사회에서는 실제 결혼식 문화가 없을 정도다. 그냥 동거를 시작하면 모두 결혼이라고 표현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성 개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혼율은 70% 이상, 미혼모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정부에서는 결혼유무와 관계없이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만가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오염 등도 심각하지만 이 문제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어 보인다.

각 수도회들이 성교육과 각종 문화교양 교육과정을 조금씩 마련하고 있지만 의식개선을 향한 여정은 이제 출발점을 찾은 정도다. 이러한 사회배경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실제 선교에도 장애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선교사의 관심은 몽골인들의 자립에 기울어진다.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뿐 아니라 성인도 최우선의 교육 대상이다. 원죄없으신성모성심수녀회가 운영하는 자활 빵공장 및 판매장 ‘조이 푸드(Joy food)’ 등의 운영은 유목민들의 교육과 자립의 좋은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몽골 선교사들의 활동은 수십년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몽골 선교사들의 큰 바람 중 하나는 ‘유목민들의 성당’을 세우는 것이다. 현재 몽골의 사목은 ‘도시빈민사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수도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가난한 이들이 당장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몽골 문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 유목이었고, 또 몽골인들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유목이다.

항올본당 주임 김성현 신부는 “몽골유목민들이 겔을 지고 이동할 때마다 십자가를 함께 간직하고 다니는, 목동들의 손에 묵주가 늘 들려있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이동하는 성당,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유목민들을 찾아가는 성당 건설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선교사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낯선 곳에 복음을 알리는 일은 언제나 그곳의 문화와 심성을 알고 그 안에서 교감을 이룰 때 실현될 수 있다. 이제 새싹을 틔워내는 몽골교회이지만 처음부터 탄탄히 ‘토착화’를 다지고, 이들 안에 올바른 신앙이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한다면 예전 칭기즈칸이 드넓은 평원을 내달린 것처럼 현대 몽골인들이 ‘신앙의 칭기즈칸’이 되어 그리스도교를 널리 전하는 사도로 성장하는 것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몽골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가장 먼저 아기 귀에 이름을 속삭여주는 풍습이 있다. 몽골의 모든 아버지들이 태어난 아기에게 세례명을 말해줄 때를 기대해본다.

“아마르 아마갈랑(Amar amzarah 평화를 빕니다).”

몽골교회 도움 주실 분=외환은행 034-19-34169-9 김종수, 후원회 011-451-4117

“사제·평신도 지도자 양성 시급
‘솔롱고스’ 한국교회 관심 기대”
■인터뷰/몽골지목구장 파딜라 주교

“몽골 복음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사제를 비롯한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늘어가는데 이들을 위해 일할 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1992년 교황청이 몽골과 수교한 직후 몽골에 파견돼 지금까지 선교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몽골지목구장 웬즈슬라오 파딜라 주교는 몽골교회의 자립을 위해 시급한 현안으로 인재양성을 꼽는다.

파딜라 주교는 “몽골인 사제가 양성되고 활동하기 전까지 밑거름을 만들 수 있는 사제가 많이 파견되길 기대한다”며 “몽골교회 설립 초기부터 관심과 도움을 아끼지 않고, 문화?지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교회가 큰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딜라 주교는 현재 몽골선교사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몽골어와 몽골문화를 체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몽골인들은 대부분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이들이 읽을 선교용 안내서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보완할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경우,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 노동자들을 선교사로 교육시켜 몽골로 되돌려보내 전교활동을 펼치는 데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또 파딜라 주교는 “몽골 안에서는 직업을 찾기 힘들어 외국으로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 몽골인들이 한국을 일컫는 별칭)는 몽골인들에게 이상향으로 알려져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내 몽골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위해서도 적극 연계하고자 하는 것이 파딜라 주교의 바람이다.

“몽골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교회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선교지역은 너무도 넓습니다. 이들이 지역마다 작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몽골지목구 ‘…몽골문화연구소’몽골 문화유산 연구에 매진

몽골 복음화를 위해서는 본당사목과 각종 시설 운영에 이어 연구분야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몽골지목구에는 ‘안툰 모스타이르트 몽골문화연구소’(Antoon Mostaert Center for Mongolian studies)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는 가비 바마나(Gaby Bamana) 신부를 포함해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연구원 5명이 몽골 문화유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분야도 종교적 체험과 문화교류,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 등 폭이 넓다.

연구소 대표 가비 신부는 “몽골인들은 종교심이 매우 강하지만, 소속감이 부족하고 미신적인 심성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서는 몽골인들에게 신앙적 모범이 되고, 또 이들이 서로 신앙체험을 나누고 강화할 수 있는 연구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가비 신부는 “가난이 몽골의 아름다운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며 “교회가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절대적 힘이 될 수는 없지만 몽골인들이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올바로 이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구소에서는 오는 8월 그리스도교와 몽골의 문화유산 및 종교역사를 연구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몽골의 사회적 변화와 전망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몽골 복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의 문화를 올바로 알고 존중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복음을 알리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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