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몽골 2.본당공동체를 찾아서

by 세포네 2006. 6. 6.
728x90
반응형

▶몽골 세례식-몽골에서는 해마다 부활성야미사 중 세례식을 거행한다. 올해는 70여명의 몽골인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났다.
▶몽골 울란바타르 항올성모마리아본당이 임시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겔(Gel).
▶한인신자들은 쁘레시디움 회합을 세례받은 몽골인들에게 개방해 이들이 레지오마리애 활동 방향을 익혀가도록 돕고 있다.

 

 

 

 예비신자 교육 2년 “기초부터 튼튼히”

교리반 운영과 교사 양성에 주력
몽골어 성경 없어 개신교용 사용

몽골=주정아 기자

지난 4월 부활전야. 몽골 울란바타르 항올성모마리아본당(주임 김성현 신부)이 임시성당으로 사용하는 겔(Gel, 양가죽으로 만든 천막 형태의 몽골 전통 가옥)은 그야말로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신자들로 가득 찼다. 그중 몽골 전통예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례를 받는 38명의 신자들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겔성당에서는 항올본당 설립 이후 가장 많은 몽골인들이 세례를 받았다.

몽골에서는 해마다 부활성야미사 중 세례식을 거행한다. 올 부활대축일을 기해서는 항올본당을 비롯해 주교좌 성바오로베드로본당과 착한목자본당에서 70여명의 몽골인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났다.

기자는 이날 가장 많은 영세자를 낸 항올본당공동체를 찾았다.

이날 전례에 참가한 몽골인들의 모습은 흡사 2000여년 전 초대교회 신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복음말씀에 눈빛을 빛내던 신앙선조들의 모습은 좁은 겔에 옹기종기 어깨를 맞닿아 앉아서도 십자가에만 고정된 몽골인들의 눈길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우렁찬 몽골어 성가소리에 하느님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으리라.

이날 신자들은 나환자,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 두 손을 마주잡고 성가를 부르고, 한 십자가에 입맞추며 신앙을 고백했다. 밤 10시부터 3시간 가량 이어진 긴 전례였지만 어린아이들까지 누구하나 졸거나 잡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인 성금요일, 야외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는 신자들의 모습도 한결같이 진지했었다. 초여름과 같은 따뜻한 봄날을 보내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좀 어렵지만, 몽골의 봄날씨는 영하 10~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시간에는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밑돌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끝까지 두 손을 모으고 예식에 참여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마자 두터운 점퍼 안으로 손을 밀어넣기 바쁜 기자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특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1994년 첫 세례식 거행

몽골에서의 첫 세례식은 1994년에 거행됐다. 이듬해에는 14명의 신자들이 견진성사를 받았다. 선교 초기, 예비신자 교육은 현재의 지목구장인 웬즈슬라오 파딜라 주교가 직접 맡았었다. 통역을 두고 영어로 교리하는 느리고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주교좌본당 외에도 2개 본당이 더 설립되고, 각 본당에서는 연중 예비신자교리반이 끊임없이 운영되고 있다.

몽골 예비신자 교육은 2년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목구 사제 공동회의를 통해 합의한 시간과 과정이다. 예비신자들은 교리반에서 “‘나’도 하느님의 자녀로 귀한 사람이다, 내가 왜 살고 있는 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삶이 잘 사는 것인지” 등에 대해 들을 때 가장 기뻐한다. 이들에게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주일학교 교리반도 운영되고 있지만 어린이 세례자는 아직 많지 않다. 몽골에서는 현재 16세 이상만 부모의 동의 아래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다. 몽골정부는 어린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을 일종의 ‘종교적 호객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항올본당에서는 주일학교 학생수가 크게 늘어 70~80여명의 어린이들이 교리를 배우고 있다. 미사 참례자도 늘어 올해부터는 어린이 미사시간도 따로 마련했다. 교적상 신자수는 130여명에 이른다. 공소도 4곳이나 마련돼 콘솔라타수도회 신부가 주일미사 집전을 돕고 있다.

항올본당은 지난 2002년 김성현 신부가 부임하고 정식 설립된 후 본당체계를 잡는데 꾸준히 힘써왔다. 본당 사목 형태는 한국교회에서 도입한 내용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한국인 사목자의 영향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제 몽골교회에서는 신앙생활을 위한 체계가 전무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본당사목 모델은 한국교회

꾸준히 저변을 확대해 가는 항올본당이지만 그에 따른 어려움도 겹겹이 안고 있다. 우선 성당건물이 너무 협소해 변변한 교리실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각종 교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아직까지 몽골어 가톨릭성경이 없는 것은 몽골교회 전체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번역을 담당할 교회 내 전문인력 수급도 문제지만, 모든 물자가 부족한 경제적 현실도 무거운 십자가다. 우선 몽골교회에서는 급한대로 개신교 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지목구 차원에서 가톨릭교회용어사전을 펴내긴 했지만, 300여개의 용어만을 싣고 있어 지속적으로 보완될 예정이다. 모든 전례도구도 한국 혹은 각국 선교사들의 모국에서 공수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신부는 예비신자교육을 위해 한국주교회의가 펴낸 예비신자교리서를 몽골어로 번역해 활용하고 있다. 여타의 전례 예식서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김신부는 세례식은 물론 혼인과 장례미사 등을 하나하나 치를 때마다 예식서를 번역해 자료를 쌓아간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항올본당의 신앙공동체는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

본당은 현재 김신부가 직접 지도하는 예비신자교리반 외에도 4개의 주일학교 교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교리교사 양성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몽골에는 항올본당 교리교사 7명을 비롯해 총 20여명의 교사들이 활동 중이다.

아울러 항올본당에서는 신자들이 미사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본당은 전례음악 활성화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본당 전례음악봉사 총책임을 맡고 있는 마랄 후(바오로.30)씨는 지난 2002년부터 유급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마랄 후씨가 창작한 미사곡과 성가는 20여곡에 이른다. 외국선교사가 만든 미사곡은 몽골인들이 배우거나 부르기 힘들어 조금씩 창작을 시도한 결과다. 이러한 음악은 본당공동체 안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랄 후씨는 “4년 전에 지목구 차원에서 창작성가경연대회를 열었지만, 이후 지속되지 못하고 또 전례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을 방법이 없어 성가 창작을 활성화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본당에서는 신자들의 재교육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몽골교회에는 아직까지 개개인의 신앙을 심화할 수 있는 신심활동들이 없다. 이에 따라 본당에서는 몽골인을 위한 레지오마리애와 ME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심활동에 있어 몽골인의 모범
빈민가정 찾아 생필품 지원도

몽골 한인신자공동체

몽골교회에 본당공동체가 형성되기까지 선교사들을 도운 이들로 한인신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심·액션단체가 전혀없는 몽골교회에서 한인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몽골인들의 재교육에 큰 모범이 되고 있다.

현재 몽골 내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한인신자 1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항올본당 신자들을 비롯해 몽골인들의 세례식 때 꽃과 각종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재몽골 한인천주교회’(회장 함석규)의 몫. 성당에서 먼 지역에 거주하는 신자들을 위해 미사 혹은 행사 때마다 차량봉사에도 이들이 기꺼이 나선다.

또 한인신자들은 몽골인들의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레지오마리애 도입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인신자들은 쁘레시디움 회합을 세례받은 몽골인들에게 개방해 이들이 레지오마리애 활동 방향을 익혀가도록 돕는다. 또 앞으로 몽골인 레지오마리애 설립과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항올본당 쁘레시디움을 세계 콘칠리움 레지오니스 직속 쁘레시디움으로 허가를 받아두기까지 했다. 아울러 한인신자들은 매주 수도자들과 함께 빈민가정 방문 및 생필품 지원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함석규 회장은 “한인신자들은 실제 몽골인들의 성당에서 더부살이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먼저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서 몽골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올바른 신앙생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 있는 한인들의 지원은 몽골교회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교구 몽골선교후원회(회장 서우평)는 그 지원의 구심점이다. 현재 전국 2천여명의 후원회원들은 매월 매일미사책을 비롯한 각종 미사도구와 성물, 성금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몽골교회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