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희 신부(오른쪽에서 4번째)가 본당 신자들과 함께 본당 50주년 책자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신푸본당은 지난 3월 50주년을 맞았다.
"김치 담그고 빵 만들어 가정방문"
한류열풍에 힘입어 음식 앞세워 사목
아이들에게는 “우리집에 가서 게임하자”
한국도 알리고 복음도 전하고 일석이조
사찰에 가서 ‘바이바이’(신들에게 예배하는 행위) 하는 걸 보자던 이중희 신부(한국외방선교회)가 몇시간째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가 꽤 크게 나는데도 이신부는 나오질 않았다.
‘주무시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이 벌컥 열렸다. “미안해. 급하게 처리할 일 때문에….” 전화도 안 받을 정도의 급한 일이 무엇인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뭔데요? 얘기 좀 해주세요. 우리가 안면을 익힌지도 10년이 다 돼가는데 말씀 좀 해주세요.” 이신부가 기자의 본당 출신 사제라 괜한 ‘지연’을 대가며 물어봤다. “안돼요. 사실 별 것도 아니구.”
그 틈을 타 이신부의 방으로 난입한 기자. 이신부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작업중이었다. 한자어가 가득해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강론 준비하는 겁니다. 이번주에는 2개나 준비해야하거든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이신부.
그 순간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전화를 받은 이신부가 날렵한 몸짓으로 사무실을 향해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이신부가 “신자분인데 몸이 아프셔서…약 사실 돈이 없다 해서 좀 드리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월 20만원 남짓한 생활비로 누굴 도우시겠다는 건지….’
신죽교구 신푸본당 주임사제로 발령받은지 8개월째. 초보(?) 사제다보니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신부는 본당 주임으로 발령받은 후 집전한 첫 미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생각하다 혼쭐났습니다. 미사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걱정할 정도로 신자가 없었거든요.”
이후 그는 구역별로 가정방문을 하는, 대만 교회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사목 방식을 도입했다. “제가 나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다릴 수만은 없다, 찾아가야 한다’라는 기운이 마음속에 싹트더군요.”
반응이 좋았다. 구역신자들에게 있어 생소한 가정 방문. 하지만 외국인 선교사가 직접 찾아온 것에 대해 무척 호의적이었다.
“사실 그 후 미사 참례자 수가 눈에 뜨일 정도로 증가하진 않았어요. 그러나 신자들이 가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이때부터 이신부는 연령별로 차별화된 ‘찾아가는 사목’에 대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 중 첫 번째 목표물은 청소년.
몇 달치 생활비를 탈탈 넣어 비디오 게임기를 구입했다. 성당 주변에서 산책을 할 때 아이들이 보이면 달려가서 말을 했다. “우리 집에 와서 게임 안할래? 농구 게임도 있는데. 친구들도 많이 데려오고.”
성당이라고 처음부터 말을 하면 거부감이 생길지도 몰라 ‘집’이라고 말한단다. 그 중 꽤 여럿이 다녀갔다고 한다.
두 번째 목표물은 노인. 대만 교회는 현재 신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상태. 이신부는 가정에서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제빵기를 구입했다.
“부드러운 빵을 만들어 가정 방문시 어르신들에게 드리려고요. 주님께서도 사목을 위해 빵을 적극 활용하셨잖아요.”
참 획기적이다. 빵을 그런 의미로 사목에 활용하다니. 하지만 세 번째 목표물과 방식, 이게 압권이었다.
“김치를 담그려고요. 최근 한류 열풍이 대단하잖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김치를 담가서 30~40대 자매님들 가정을 방문하려고 해요. 한국도 알리고 교회의 복음도 전파하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이신부의 차를 타고 사찰로 향했다. 신자수가 급감해가는 대만 교회, 특히 신죽이라는 시골 교구에서 사목을 하는 이신부. 그의 얼굴에서 대만 교회의 어려움을 읽기란 어려웠다.
“대만 교회가 절망적이다, 미래가 없다는 말. 사실 대만에 있으면서 많이 듣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켜만 보고 있진 않습니다. 모두 헌신적으로 사목하고 있죠. 대만 교회의 빛이 조만간 한국에까지 비칠 겁니다.”
확신에 찬 그의 얼굴. 마침 라디오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희망이라는 약, 누구에게나 있죠.…”
“한국외방선교회 사제들의 열정
주님의 큰 사랑 보여주는 것이죠”
■인터뷰/신죽교구 총대리 장야오시엔 몬시뇰
예비신자 양성
카리타스 활동에 주력
중국교회 전초기지 역할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방선교회 사제들의 열정은 놀랍습니다. 대만 교회, 특히 신죽교구에서 이들이 펼치는 사목 활동을 보며 주님의 큰 사랑을 느낍니다.”
신죽교구 총대리 장야오시엔(張躍先) 몬시뇰. 그는 성소가 매우 부족한 대만 교회 현실에 있어 해외 선교사의 선교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소가 부족한 것이 대만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주님의 축복으로 성소자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그의 단순한 기대는 곧 대만교회의 희망에 대한 의지였다. 사실 신죽교구에서 사목을 하는 사제 중 반 이상이 외국인 선교사이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교구내 본당 절반이상이 파리를 날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선교사의 역할이 큰 곳이 대만 교회이다.
장몬시뇰은 성소부족과 함께 선교 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대만 교회는 선교 활동이 매우 부족합니다. 민간 신앙의 탓도 크지만 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이것이 대만교회의 화두입니다.”
장몬시뇰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비신자 초대를 통한 예비신자 입교 증가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에게 봉사하는 카리타스 활동 등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 노동자 사목에 대한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현재 대만에는 많은 수의 이주 노동자들이 유입되었습니다. 이들은 믿고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교회가 그들을 돌보고 보살펴야 합니다.”
대만 교회의 밝지 않은 현실속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의 마음 씀씀이는 이내 중국에 까지 미쳤다. “중국 교회에 있어 대만 교회의 역할이 큽니다. 대만교회는 중국 교회에 복음을 전파하는 전초 기지라고 할 수 있죠.”
대만 교회는 이러한 역할 뿐 아니라 중국 교회와 교황청과의 의사소통 창구, 중국 현지에 병원이나 학교 등 기관 설립, 중국에서 온 사제.수도자 양성 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즉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주님 보시기에 좋은, 일치된 모습을 가꾸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교회간 연대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만 교회가 자생력을 갖춰야 합니다. 주님의 축복속에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장몬시뇰의 말에서 대만 교회의 강건함이 느껴졌다.
▧신죽교구 현황(2004년말 기준)
- 신자 5만 2228명
- 성직자 87명(수도회, 외국인 포함), 수도자 183명(외국인 포함)
- 74개 본당. 54개 유치원과 2개 병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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