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신학자 메츠(J.B. Metz)는 1980-1990년대 교회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류를 진지하게 관측한 결과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시대’는 … 이제 더 이상 위대한 예언자들의 시대도 아니요, 위대한 성인들의 시대도 아니요, 탁월한 신학자의 시대는 더욱이 아니다. 교회의 시대는 바야흐로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점차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 곧 작은 예언자들의 시대요, 작고 이름 없는 성인들의 시대이며, 이런 의미에서 바닥의 시대인 것이다”
그는 21세기를 염두에 두고 이 선언을 한 것입니다.
‘교회의 시대’는 항상 똑같지 않습니다. ‘교회의 시대’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그 시대의 도전과 위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약 시대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은 우상 숭배와 사회 불의였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위기에서 구하고 교회에 희망을 준 이들이 ‘예언자’들이었습니다.
신약에 들어와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교회를 위협한 도전은 이단, 박해, 분열이었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지탱해 준 이들이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聖人)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덕행과 사목적 열성 등으로 교회와 하느님을 위하여 쌓은 공적을 인정받아 성인품에 오른 것입니다.
근세에 들어와서 교회에 가장 타격을 준 도전은 무신론, 공산주의, 불경한 인본주의였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지킨 이들이 ‘신학자’들이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신학자들이 허황된 이론의 허구를 파헤치고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도전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딱히 몇 가지로 정체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방팔방에서 ‘양의 탈’을 쓰고 교묘하게 침투해 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보이지 않는 종교’(invisible religion)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과거처럼 ‘위대한 예언자’, ‘위대한 성인’, ‘탁월한 신학자’들만 가지고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든 이가 무장하고 깨어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편, 21세기는 소시민 연대의 시대, 참여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지도력은 위대한 한 사람에게 편중되지 않고, 시민들에게 공유됩니다. 이런 관점에서도 신자 각자가 ‘교회의 주체’로 불리움 받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 시대가 바로 ‘위대한 지도자’의 시대가 아닌 ‘작은 이들의 시대’, ‘작고 이름 없는’ 소시민들의 시대입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대가 소공동체요, 이를 실현하는 주체가 소공동체입니다. 왜냐하면 소공동체는 평범한 신자들이 ‘위대한 교회의 사명’을 자각(自覺)하고 수행(遂行)하는 ‘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영성] > 사도신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기돌 이야기(2) (0) | 2006.04.23 |
---|---|
공기돌 이야기(1) (0) | 2006.04.23 |
현대인에게는 따뜻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0) | 2006.04.23 |
사람은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0) | 2006.04.23 |
매고 푸는 권한 (0) | 2006.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