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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캄보디아 / 2. 교회 활동 그리고 연대

by 세포네 200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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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윗줄)
빈민촌 아이들이 메리놀회가 제공하는 우유를 마시고 있다. 메리놀회는 아이들의 영양을 위해 매일 정기적으로 우유를 제공하고 있다.(왼쪽)
▶한국외방선교회 김지훈 신부가 가족도 없이 혼자서 병마와 싸우는 뉘응틸랑씨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아랫줄)컴퐁참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만난 예수님상(왼쪽)과 성모자상.

 

 

 

교회, 황폐한 삶에 희망의 싹 심어

퍼주기 아닌 자립 돕는 길 모색
“빈민구제와 사제양성 지원해야”

[캄보디아=우광호 기자]

▨ 절망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죽어가고 있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뉘응틸랑(Nguyen thilang, 여)씨는 53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쇠해 있었다. 김지훈 신부(한국외방선교회)의 방문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눈인사를 할 뿐이었다. 일어나 앉으려는 것을 김신부가 말렸다.

“너무 아파요.” 이마는 펄펄 끓었다. 뉘응틸랑씨는 뼈속을 파고드는 고통을 해열제, 진통제 하나 없이 ‘버티고’ 있었다. 가난이 죄일까. 제대로 된 진료 한번 받은 일 없다. 가족이 없는 뉘응틸랑씨를 안타깝게 여긴 한 이웃 주민이 콩 죽을 만들어 주었지만 먹는 즉시 모두 토해냈다. 이웃들은 뉘응틸랑씨가 이틀째 굶었다고 했다.

람랑유(26, 남), 땡스런(52, 여), 오끄란(39, 남), 찌어서피엽(33, 여)…. 죽음의 마을이었다. 김신부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에이즈 등 불치병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김신부가 하는 일은 프놈펜에서 오토바이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얼롱찡안 마을 주민 5천여명을 위한 구제 사업. 메리놀회에서 운영하는 NGO단체(어린이 교육, 주부 직업 교육, 에이즈 환자 지원 등 활동)에 잠시 몸담으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을 위한 가장 효과적 도움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김신부는 단순히 일회성 생계비 지원이 아닌 스스로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신부의 고민은 캄보디아 교회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현재 캄보디아 교회가 가장 힘을 쏟는 것은 △빈민구제 활동 △자활 사업 △장학 및 교육 사업 △자국인 사제 및 선교사 양성. 카리타스가 전면에 나서 빈민구제 및 자활 사업을 벌이고 있고, 돈보스코회는 교육을, 예수회는 농촌 계몽 운동을, 메리놀회는 에이즈 환자 프로그램 및 의료 사업을, 사랑의 선교회는 아동복지 사업 등에 헌신하고 있다. 이렇게 활동하는 가톨릭 NGO는 총 11개. 모든 활동은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진행된다. 일회성 ‘퍼주기식’ 지원이 아닌, ‘캄보디아인들의 미래’를 위한 작업들이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이제 가톨릭은 희망의 다른 말이다.

▨ 연대를 향하여

이제 ‘막’ 일어서는 교회다. 450년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강대국들의 침략과 약탈로 한번도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했다. 종교 자유를 얻은 것은 1990년. 이후 전 세계에서(현재 캄보디아에 선교사를 파견한 교회는 한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16개국) 선교사들이 몰려왔고, 다양한 NGO 활동을 통해 캄보디아인들을 부축하고 있다.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장 곽석희 신부는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일하게 종교자유와 선교가 보장된 나라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이웃 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곽신부가 말한 연대는 철저히 ‘캄보디아인들을 위한 연대’. “캄보디아 교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음이 바로 진정한 연대의 출발점이 아니겠습니까.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이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 선교사들은 씨뿌리고 거름주는 것일뿐 나중에 그 열매는 캄보디아인들이 거둘 것입니다.” 곽신부는 캄보디아 빈민 구제와 자활, 캄보디아인 사제 양성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외방선교회 사제들과 헤어진 후, 숙소로 돌아왔다. 재래식 화장실, 페인트 칠이 벗겨져 나가 드러난 시멘트 벽, 삐걱거리는 침대…. 이불을 펴고, 모기장을 쳤다. 잠이 오지 않았다. 2~3시간 동안 몸을 뒤척였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진통제 해열제 하나 없이 밤새 고통에 시달릴 뉘응틸랑씨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뉘응틸랑씨는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빨리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 있을까?’ 충치로 썩은 어금니에 통증이 전해왔다. 한국에서 치과 치료를 받지 않고 온 것을 후회했다.


예수님상은 부처님 모습
성모님상은 보살님 닮아

▨ 토착화 노력

달랐다. 프놈펜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컴퐁참(Kompong Cham) 성당에서 만난 예수님은 부처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 껌퐁참에서 7시간 떨어진 한 공소에서 만난 성모상은 보살 모습이었다. 성당마다 불교식 납골당을 설치한 것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십자가의 길’ 성화 속 예수님과 성모님, 베로니카, 시몬은 모두 유다인이 아닌 캄보디아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뿐 아니다. 미사를 봉헌할 때는 제대 앞에 항상 향을 피운다. 불교식으로 바닥에 앉아 미사에 참례하고, 시편을 읽을 때는 늘 캄보디아 전통 운율을 따른다.

과연 이렇게 하고도 정통 가톨릭 신앙이 고수될 수 있을까. 우려에 불과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사제나 수도자들은 이같은 토착화 노력들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이 모든 토착화 작업들은 몇몇 본당이나 사제의 즉흥적 기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두 ‘캄보디아 가톨릭 문화센터’(CCCC. The Catholic Cambodian Cultural Center)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캄보디아 가톨릭 문화센터는 이밖에도 교리서 제작, 성가책 제작 등 캄보디아 교회 토착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캄보디아 교회 관계자들은 토착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된다고 해서, 신앙 자체가 토착 신앙과 교류하는 등 느슨해 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 캄보디아 교회에서 신자가 되기란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다. 4~6개월이면 신자가 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신자가 되려면 최소한 3년이 지나야 한다. 그 기간을 넘긴다 하더라도 철저한 찰고가 기다리고 있다. 완벽하고 철저한 신앙인으로서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그제서야 세례를 베푼다. 냉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세례가 불가능한 것.

2000년 가톨릭 신앙과 캄보디아 불교 문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캄보디아 교회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침략 약탈 박해로 점철된 450년

▨ 캄보디아 교회 약사

- 1555년 포르투갈 출신 도미니코 수도회 가스퍼(Gaspar) 신부 입국
- 1574~1596년, 성당 신축 및 교리서 발간 등 캄보디아 교회 중흥기
- 1600년경 일본의 천주교 신자 수십여명이 박해를 피해 캄보디아로 이주
- 1660년경 인도네시아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캄보디아로 이주
- 1670년 이후, 태국과 베트남의 잇따른 침공으로 교회 붕괴
- 1768~1777 프랑스 출신 라바세르(Lavasseur) 신부로 인해 캄보디아 교회 부흥. 크메르 라틴 사전 저술, 신학교 설립하고 여자 수도 공동체 시작
- 1784년 베트남 침공으로 캄보디아 교회 또다시 붕괴
- 1785년 태국 침공으로 많은 신자들이 방콕으로 추방. 소수 신자들은 산지로 이동 신자 공동체 명맥 유지(교우촌 형성)
- 1850년 파리외방전교회 장 클로드(Jean Claude) 몬시뇰 프놈펜 교구장 임명
- 1867~1954년 프랑스 식민통치 시작
- 1957년 텝임소타(Paul Tep Imsotha) 첫 자국인 신부 서품
- 1968년 한 개의 대목구(프놈펜)와 2개의 지목구(컴퐁참, 스텅뜨랭)로 분할
- 1975년 자국인 신부 츠마르(Joseph Chhmar Salas) 몬시뇰을 프놈펜 교구장 주교로 임명. 착좌식 당일, 츠마르 주교를 비롯한 자국인 사제와 수도자 모두 폴포트 정권에 체포. 이후 실종.
- 1979년 베트남 침공으로 폴포트 축출
- 1979~1989년 베트남 통치
- 1989년 독립
- 1990년 4월 4일 종교자유 얻음

▨ 캄보디아 교회 현황

- 1개의 대목구와 2개의 지목구
- 주교 2명, 몬시뇰 2명
- 성직자 57명(자국인 사제 5명 포함, 16개국). 수도자 70여명
- 21개의 신앙공동체(공소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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