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외계층 가난 대물림 악순환
◀ 중산층, 부유층 아이들과 저소득층 아이들간 교육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공부방에서 책을 읽으며 방과 후 공부를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 사진은 특정 내용과는 관련 없음
서울 행촌동 낡은 주택가 한누리지역아동센터. 열한살 성빈(가명)이는 걸핏하면 센터 선생님 눈길을 피해 게임방으로 달려가곤 한다. 비바람과 함께 몰아친 황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자라는 과목 수학과 영어 등을 센터에서 보충해주지만 게임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게임방으로 달려가는 것. 2평 남짓한 단칸방에 오토바이 택배 일을 하는 아버지,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중학교 2학년 누나, 초등학교 6학년 누나, 막내 여동생이 복작댈 집을 떠올리면 답답하기만 하다. 공부는 뒷전. 희망이라는 말도 사치다. 서울 강남 중산층 자녀들처럼 영어,수학 한 과목당 적게는 40~50만원, 보통은 100만원 안팎을 헤아리는 과외는 꿈도 못 꾼다.
남해윤(요셉, 예수회) 한누리지역아동센터 대표 신부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대다수인 이 지역엔 상당수 아이들이 부모 이혼에 편부, 편모나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며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 때문에 중산층, 부유층 자녀들과 교육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금융 이후 '신빈곤'이 10년째로 접어들면서 교육 격차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빈곤문제 해결, 즉 탈빈곤을 시장에, 개인에 맡기면서 이혼 및 가정해체 현상과 맞물려 빈민거주지역에서 교육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닥치고 있는 것.
4만명에 이르는 학업중단 청소년, 660만명에 달하는 중졸 미만 저학력 성인,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가정 자녀들, 북한이탈청소년, 한국인과 결혼한 아시아인들의 자녀 코시안(Korean+Asian),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 등이 바로 주된 교육소외계층이다.
정부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저소득지역은 물론 농ㆍ산ㆍ어촌에 이르기까지 교육복지투자정책으로 전국적 교육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지역간, 빈부계층간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는 구상이지만, 현 교육 시스템으로 교육 양극화 해소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교육복지투자 지원, 공영혁신학교 도입, 실업계ㆍ명문특성화 고교 지원, 방과 후 학교 확대, 평생학습도시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일부는 시행에 나서고 있다.
신명호(바오로, 50, 의정부교구 중산본당) 한국도시연구소 부소장 겸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부유층이나 중산층 아이들과 저소득 소외계층 아이들간 교육을 통한 경쟁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해선 '꿈틀자유학교' 같은 대안학교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1965년 미국에서 시도된 '헤드 스타트(Head Start)' 또한 정치권에서 빈곤 세습차단을 위한 교육 대안으로 제시되는 정책 중 하나. 당초 미국 내 빈민가 유아들에게 조기교육 기회를 제공, 아이들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교육과 사회진출 기회를 갖도록 함으로서 빈곤 세습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 바로 '헤드 스타트'다. 물론 이 정책을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해 효용을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끌어당긴 '헤드 스타트' 정책은 무상교육의 확대라는 효과를 거뒀고 교육 양극화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빈곤문제까지 해결했느냐하는 점에 있어서는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박사팀의 '한국 교육 고용 패널조사'에서 고교 성적 상위 30%에서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 비율이 8.3%, 상위 10%에서 7.6%, 상위 5%에서 0%라는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한 '헤드 스타트' 같은 교육안전망 구축 정책을 통해 가난의 구조적 대물림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997년 사순시기 담화를 통해 지적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물질적, 정신적 재화를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눠야 합니다." 결국은 나눔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를 돕는 '교육 소외계층 멘토링(Mentoring)',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제도권에 들어가면서 재야 교육센터가 된 공부방 및 쉼터 운동, 대안교육운동 등 나눔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가톨릭과 교리] > 가톨릭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티칸을 가다] 2. 보건사목평의회, 생명학술원 (0) | 2006.03.28 |
---|---|
[사순기획-함께사는 세상] 사회 양극화문제 진단/<4>정보화 부문 (0) | 2006.03.28 |
[사순기획-함께사는 세상] 사회 양극화문제 진단/<2>주거 (0) | 2006.03.28 |
[사순기획-함께사는 세상] 사회 양극화문제 진단/<1>일자리, 소득-이렇게 나누며 삽시다 (0) | 2006.03.28 |
인천교구 가정사목 활성화 본격 나서 (0) | 2006.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