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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사순기획-함께사는 세상] 사회 양극화문제 진단/<1>일자리, 소득-이렇게 나누며 삽시다

by 세포네 2006. 3. 28.

서울 상계동 '민들레 밥집' 신성철씨

 

◀ 민들레 밥집 주인 신성철씨가 오늘의 메뉴인 백숙을 준비하기 위해 닭을 손질하고 있다

 

 

 

 사람은 하루 세끼를 먹는다. 그러나 모두 그런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역 주변이나 거리 무료 급식소에서 노숙자나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지만, 보통 우리는 이들이 아침은 먹었는지, 저녁 끼니는 또 어떻게 해결할지 염려하지 않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 근처에 있는 '민들레 밥집'은 그래서 저녁에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짜로 밥을 주는 곳이다.

 노란 간판을 단 '민들레 밥집' 주인은 제2금융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신성철(베드로, 59, 서울 상계2동본당)씨. 그는 가난해서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에게 음식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는 주방장이다. 6평 남짓한 공간, 9~1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식탁 두개뿐인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일요일과 월요일을 빼고 매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동안 많을 때는 80여명이 찾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이곳 손님들은 노숙자나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 결손가정 어린이까지 다양하다.

 "그저 배고픈 분들과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고픈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요."

 한 때 '잘 나가던' 금융인이었던 신씨는 명예퇴직 후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문득 '하느님은 목숨까지 내어 놓으셨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했나?'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누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는 처음엔 장애인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인천 동구 화수동에서 '민들레 국수집'이란 무료 밥집을 운영하는 서영남(베드로, 52)씨 얘기를 듣고 당장이라도 본격적인 나눔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싶어 2호점인 '민들레 밥집'을 차렸다.

 개업일은 지난해 4월1일. 본점(?)인 민들레 국수집과 같은 만우절이다. 평소 집에서는 부엌 근처에 얼씬도 안했다는 신씨는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 세번을 떨어진 끝에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신씨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식사 준비에 들어간다. 본당 레지오 '일치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교대로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도와주지만 오전에 직접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찬거리를 다듬는 일부터 쌀 씻기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 매일 이곳을 찾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 반찬 메뉴도 그가 직접 짠다. 일일이 반찬과 국맛을 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퍼 주는 것도 그의 몫. 배식은 물론 설거지, 잔반 처리, 청소 등 뒷일을 마무리하고 오후 9시경 식당을 나선다. 하루 7∼8시간의 중노동이다.

 "이 나이에 누가 시킨다고 하겠어요? 몸은 힘들지만 왜 진작 못했나 싶어요. 집사람이나 아들도 좋아해요." 부인 김복련(데레사, 54)씨와 두 아들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신씨는 밥집을 열기 위해 가게를 얻고 주방기구와 그릇을 마련하는 데 남은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었다. 가스요금과 수도요금 등을 합해 한 달 60만원 가까운 돈을 자비로 충당한다. 남 몰래 이곳을 돕는 후원자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된다. 매월 가게 임대료 25만원을 후원해 주는 교우도 있고, 예전 직장 동료들과 친척 중 십시일반으로 금전적 후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웃들도 쌀, 고기, 김치, 야채, 생선 등 식재료를 가져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다.

 "밥집 손님이 늘어가지만 쌀이나 반찬 떨어질 걱정은 안 해요."

 신씨는 "얼마 전 이틀을 굶었다는 실직 노숙자가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가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며 인사하러 왔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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