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단독 가구 컴퓨터 보유율 27%
◀ 정보양극화 해소는 단순히 정보화교육을 통한 정보 접근 격차 해소뿐 아니라 정보의 생산적 활용 격차 해소에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교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금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마니또 컴맹탈출' 프로그램에 참여, 컴퓨터 교육을 받는 한 장애 어르신과 봉사자
모두가 정보화 혜택을 누리는 '따뜻한 디지털 세상'이 요즘 화두다. 정부는 정보 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 지식정보자원관리법에 근거, 정보화 5개년종합계획을 수립해 실시 중이며 올해들어 2차 5개년계획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정보소외계층은 어김없이 나타나고 또 여전하다. 이에 국내 정보격차 실태와 그 해소를 위한 대안 등을 살핀다.
오른쪽 손과 발이 편마비 증세를 보이는 윤상연(66)씨는 요즘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서울 시흥동 집과 금천종합사회복지관(관장 구자훈, 작은예수회), 두 곳만 오가던 그에게 '컴퓨터'라는 새 세상이 열렸기 때문. 지난해 1월 복지관 주간보호실 '마니또 컴맹탈출' 프로그램에 등록, 봉사자 조병희(67)씨에게 문서작성법과 인터넷 검색, 이메일(e-mail) 보내기 등을 배우면서부터다. '컴'자도 모르던 '컴맹'에서 벗어나면서 단지 왼손만으로 손자, 손녀들과 컴퓨터를 통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 구매하고 온라인에서 누리꾼(네티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간 꿈도 못꾸던 '바깥구경'을 컴퓨터를 통해 이루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심휘선(26) 금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그러나 "장애인 본인이 일반 컴퓨터교실에 등록해 수강을 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 정보화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다"며 "우리 복지관이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지역에서 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유일하게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아닌 55살 이상 장ㆍ노년층 컴퓨터교육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관장 송락 신부)이 주관하는 무료 어르신컴퓨터교실엔 교육을 받으려는 희망자가 30여명이나 밀려 있다. 현재 교육 중인 수강생은 60살 이상 어르신 20명으로, 문서작성(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인터넷 검색, 외국에 나가있는 자녀와 이메일 나누기, 메신저 활용법 등을 차근차근 배워 컴맹에서 벗어나고 있다.
장동주(28) 유락종합사회복지관 사회교육팀장은 "이달부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교육비 지원을 받아 어르신 무료 컴퓨터교육이 활성화됐다"며 "영어나 한문, 체조 같은 프로그램에 비해 컴퓨터를 배우려는 어르신들 욕구가 높지만 정보소외계층이 많이 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실시한 디지털 기회지수 평가(DOI, Digital Opportunity Index)에서 1위를 달성했지만, 장애인과 저소득층(국민기초생활수급자), 농어민, 장ㆍ노년층 등 4대 정보화 취약 계층과 일반 사회계층간 정보 격차는 여전히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에 따르면, 2005년말 현재 저소득층 컴퓨터 보유율은 53.4%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보유율 78.5%에 비해 25.1%가 낮다. 장애인 가구 보유율은 66.2%, 농어민 가구 보유율은 43.6%로 전체 가구에 비해 각각 12.3%, 34.9%가 낮다.
장ㆍ노년층의 경우 2003년 7월 현재 50대 이상 노인세대 단독 가구 컴퓨터 보유율이 26.9%로, 당시 국내 전체 가구 보유율 77.9%보다 51%나 낮았다. 이는 지난해 국내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9.1%에 달한 우리 사회 정보화 소외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로, 노령인구의 정보화 격차가 가장 크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래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이달들어 '정보격차해소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정부 부처와 협력,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은 결국 개인용 컴퓨터(PC) 보급과 정보접근센터 구축,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정보화 교육밖에 없다. 나아가 정보가 이제 PC에서 DMB나 무선인터넷 같은 '모바일'로 이동하는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모바일과 관련된 정보격차 해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교회는 현재 각 교구별로 복지관을 중심으로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회 일각에선 정보화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생산적 정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을 통해 정보 접근 격차 해소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디지털 문화를 부가가치 창출에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이용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정보격차 문제가 진실로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농어민에겐 농어업과 농수산물 상거래와 관련된 정보검색 및 활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장애인에겐 보조기구나 장애인시설 검색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상수(청주교구 사회복지국장 겸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신부는 "지방이나 농어촌에도 컴퓨터교육 기회는 적잖게 주어지지만 어르신이나 장애인 같은 정보소외계층에서 정보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보화교육 혜택이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 같은 후속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적 정보활용으로 이어져야만 효과를 거두고 정보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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