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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사도신경이야기

성사성(聖事性)의 원리

by 세포네 2006. 1. 15.
<성사성(聖事性)의 원리>

일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상징을 사용합니다. 신호등, 횡단보도에서부터 문자나 그림들 심지어 행동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징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이런 상징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곧 보이지 않는 언어를 대신하는 보이는 언어가 바로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인간의 삶에서 표징과 상징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육체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물질적인 표징과 상징을 통해서 영적인 실재를 표현하고 인식합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나 몸짓, 동작을 통한 표징과 상징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46항).

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주고받을 때 그것을 담아낼 표징을 원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표시로서 장미 꽃다발이나 넥타이를 선물합니다. 받는 사람은 금세 그 물건들을 받으면서 “아,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런 사물들에서 우리는 무언의 말을 듣습니다. 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이들은 다른 것들과는 구별되면서 그 안에 현존하는 그 무엇을 간직하고 표현하고 회상시키고 보여주며 전해 줍니다.

이런 배경에서,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성 아우구스티노의 설명을 따라서 “성사는 보이지 않는 은총(신적인 현존)의 보이는 표징”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보이는 그 무엇 안에 보이지 않는 신적 은총이 깃들여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을 우리는 ‘성사성(聖事性)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이 원리에 입각해서 인간(人間) 안에서 신적(神的) 존재를 ‘보며’, 유한(有限) 안에서 무한(無限)을, 물질(物質) 안에서 영(靈)을, 내재(內在) 안에서 초월(超越)을, 역사(歷史) 안에서 영원(永遠)을 ‘봅니다’.

이 세상 만물은 성사성을 지녔습니다. 곧 만물 속에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성 이냐시오가 하였듯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성사성의 원리가 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공동체, 다른 운동, 다른 사건, 다른 장소, 다른 대상, 다른 환경, 거시적 세계, 온 우주 안에서 하느님을 볼 수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차동엽 신부 저 「여기에 물이 있다」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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