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요즘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나오는데, 5년전 제 친구도 자살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선 자살한 사람은 장례미사나 연미사를 드리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송 아녜스, 32, 경남 창원 신촌동>
그리스 철학자 세네카(Seneca,?~65)는 자살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권리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고상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요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선 하느님만이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라고 가르칩니다(신명 32,39). 사실 우린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7-8). 자살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아무리 그 동기가 순수하고 고상한 것이라 하여도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는 큰 죄악입니다(가톨릭 교리서 2280~2282항 참조).
그래서 전통적으로 교우가 자살을 하면 교회 예식으로 장례를 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달라졌습니다. 교회는 이제 자살자라고 해서 그를 영원히 단죄받은 죄인이라고 선언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가톨릭교리서 2283항 참조).
그래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해설'은 지침서 제 130조 장사(葬事)에 대한 해설에서 "사제는 공개적인 교회 장례식이 거부되는 자를 위해서라도 비공개적으로 위령미사를 봉헌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부님과 상의하셔서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비공개적으로 미사를 봉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면으로 이런 상담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군요. 자칫 '자살을 하더라도 교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살은 자신을 사랑하고 완성시켜 나가야 할 인간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입니다.
자살 행위는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상의 원칙은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가톨릭과 교리]/가톨릭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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