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성전 내부는 신혼 부부의 핑크빛 미래를 연상시킬 만큼 밝고 고운 색조를 띄고 있다.
2. 제대 한 가운데 있는 감실과 성체등.
3. 성당 바로 뒤편에 나 있는 산책길.
4. 프레스코화 십자가의 길
"서울에 이런 성당이..." 감탄사 절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예쁘고 근사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은 게 혼인을 앞둔 선남선녀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 방배동성당(주임 임덕일 신부)은 서울대교구 200여개 성당 중에서 결혼식 명소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성당으로 꼽힌다.'서울 시내에 이런 성당이 다 있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성당이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내려 2번 출구 경남아파트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가 성당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 200여m 들어가면 나오는 방배동성당. 성당을 처음 찾은 이들은 먼저 성당 정면을 제외한 3면이 나무숲 울창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란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처럼 산속에 폭 파묻힌 성당이 또 있을까. 인간이 제아무리 아름답게 꾸민다고 한들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할 바 못되고, 자연이 주는 안온함을 제공하지는 못할 터. 성당 마당에 발을 내딛자마자 느낄 수 있는 포근함은 깊은 산골짜기 뾰족탑 성당을 찾았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 왠지 모를 편안함…. 아름다운 자연과 벗한 방배동성당을 다니는 신자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신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배동성당을 찾은 이를 또 한번 놀라게 하는 것은 대성전(1200석 규모)의 아름다움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8m 높이의 돔(dome)형 천장. 평평하기만 한 여느 성당 천장과 달리 요철식의 하얀색 둥근 천장은 유럽의 유서 깊은 성당에 와 있는 듯한 웅장함을 선사한다.
김영섭(시몬, 건축사사무소 김영섭+건축문화 대표)씨가 설계한 방배동성당(1987년 완공)의 대성전은 고딕ㆍ로마네스크ㆍ바로크 등 여러가지 건축양식을 절충한 후기 현대양식으로, 벽면과 의자 등 성전 내부 대부분을 빗살문양으로 꾸며 성전 전체의 조화와 통일감에 중점을 뒀다. 또 제대를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지어져 자연스레 미사에 집중케 하는 것도 방배동성당의 장점이다.
예수부활성당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성전 내부 전체를 하얀색과 핑크색 같은 밝은 색조로 꾸민 것도 큰 특징 가운데 하나. 대다수 성전이 다소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방배동성당은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려하는 신혼부부의 핑크빛 미래를 연상시킨다. 방배동성당에서 결혼식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 같은 성전 분위기와 무관치 않으리라.
제대 벽에 붙어있는 여느 성당 감실과 달리 제대 한가운데 서 있는 감실, 그리고 감실과 붙어 있는 성체 등은 각각 방영씨와 이남규(루가, 1931∼1993년)씨 작품이다. 부활의 승리를 상징하는 V자로 사면을 테두름한 감실에는 물고기 두 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물고기 두마리로 많은 사람을 먹인 기적, 즉 성체성사를 상징한다. 빨강ㆍ파랑ㆍ노랑의 기초 3원색을 사용한 마름모꼴 성체등이 상징하는 것은 그물과 십자가다.
방배동성당의 14처(진영선 교수 작품) 또한 독특하다. 프레스코화(Fresco : 벽에 회를 바르고 회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 회화기법)로 제작된 14처는 보통 그림이나 조각과는 또 다른 생동감을 자아내면서 보는 이에게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고통을 절절히 느끼게 하는 깊은 마력을 지녔다.
성전 의자에 앉으면 제대 뒤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늦가을 단풍이 눈부시다. 제대 뒤로 창문이 나 있는 것도 매우 드문 경우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도 왼쪽으로 돌려도 창밖은 온통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이니 창밖 경치에 넋이 빠져 자칫 미사 참례는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분심이 들지 않게 하려면 유혹의 끈을 단단히 붙들어 매야겠다. 방배동본당 신자들은 늘 이처럼 행복한 갈등에 빠져 산다.
방배동성당 뒷편은 곧바로 방배근린공원이다. 성당 땅은 아니지만 성당과 공원 사이에 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성당 마당을 지나야만 갈 수 있기에 성당 땅이나 마찬가지다. 야트막한 야산에 나 있는 산책길을 걷노라면 세상사 근심걱정은 딴 세상 얘기 같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평온함은 오직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 어머니와 같은 자연의 품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하느님 신비를 묵상하며 산책한다고 상상해보자. 잔잔한 기쁨이 밀려올 것이다.
본당 설립 25주년(2007년)을 앞둔 방배동본당은 최근 상설고해소를 설치하는 등 내적 쇄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덕일 신부는 "내년부터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신자 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회사목을 강화함으로써 본당을 좀더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멋드러진 성전이 한데 어우러진 방배동성당. 특히 결혼날짜를 잡은 예비부부라면 꼭 한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아니 누구라도 방배동성당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한번쯤 가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성전의 아름다움에,
자연의 포근함에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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