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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32] 여성 지도자 드보라

by 세포네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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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가 죽은 뒤 사무엘의 왕정시대로 들어가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판관시대를 맞게된다. 판관이란 왕은 아니지만 민족을 지도하는 통치자로서 사법과 행정을 관할했다. 판관이란 "구원자"라는 뜻으로 재판관의 역할만을 한 것이 아니다. 판관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위급한 국가위기 때 군대 총사령관의 역할을 담당했다. 판관시대는 그야말로 군웅할거의 과도기였다. 강력하게 민족을 통치할 왕이 아직 없었으니 사람들마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고 야훼신앙을 버리고 가나안의 우상신인 바알을 섬기며 우상숭배에 빠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때마다 하느님은 판관을 보내시어 신앙의 순수성을 잃지 않게 역사하셨다.

 

이스라엘의 판관 중 드보라는 유일한 여성이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당하던 당시에 여자 판관은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라삐돗의 아내인 여자 예언자 드보라는 이스라엘 백성을 통치하면서 재판을 주관했다. 그런데 당시의 정세는 가나안왕 야빈이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어려운 시대였다. 어느날 드보라는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을 불렀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셨소, 납달리 지파와 즈불룬 지파에서 1만명을 뽑아 다볼산으로 가시오. 그리고 야빈 군대의 지휘관 시스라를 키손강으로 유인해 우리손에 섬멸케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소. 내가 말한 대로 즉시 시행하시오."

 

그러자 바락이 떨면서 대답했다.

"정말입니까? 그 강한 군대를 정말 이길 수 있나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혼자는 죽어도 못 가겠습니다."

그러자 드보라는 "정 그렇다면 내가 함께 가겠소.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의 공과는 당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시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 출동!"

바락의 명령에 따라 두개 지파에서 뽑힌 1만명이나 되는 군사가 출동했다. 여자판관 "드보라"도 함께 따라갔다.

"바락"이 다볼산으로 군대를 출동시킨 사실을 접한 "시스라"900백대나 되는 철병거를 합친 전병력을 키손강으로 진군시켰다.

 

엄청난 병력으로 싸우러 오는 것을 보고도 "드보라"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락"에게 명령했다.

"행동을 개시하시오. 당신은 오늘 시스라를 이길 것이오. 공격하시오."

"정말 전투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저렇게 강력한 군대인데."

"야훼 하느님께서 당신 앞에 서서 전진하실 것이오. 당신은 꼭 승리할 것이오."

바락은 드보라의 명령대로 군대와 함께 돌격했다.

"돌격! 앞으로!"

그러자 "시스라"의 군대는 병거에서 내려 도망쳤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끝까지 추격해!"

사령관 시스라도 비겁하게 도망쳤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결국 전투는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판관기 4)

 

드보라의 용기는 남자들을 압도했다. 그녀는 지혜와 신앙을 겸비한 여성 정치가였다. 그녀의 용기있는 결단력이 민족을 구하고 40년이나 태평성대를 이루게 했다. 그녀는 이스라엘의 국모(國母)로 추앙받은 인물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판관시대에 최고의 지도자로 여성이 활약했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 안에서 본다면 사실 남녀의 신분차이는 존재할 수 없다.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그리고 동반자로서 창조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위주의 역사관이 여성의 불이익을 조장했다고 본다. 창조 신앙안에서는 남녀뿐 아니라 어떠한 인간의 차별도 있을 수 없다. 인간 차별에 대한 의식자체가 엄청난 죄악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성 권익이 많이 신장되었다 해도 실제적인 사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이 심하다. 그리스도교는 인간성의 완전한 실현 역시 중요시한다. 남성과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인정되고 수용되는 사회와 가정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능력이나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라는 성의 차이는 누구라도 평등한 것이다. 꼭 남녀의 차이뿐 아니라 가진자와 못 가진자, 배운자와 못 배운자의 차이는 인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차이가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더구나 신앙인에게는 인종, 문화, 사회적으로 성적 차별이 존재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생각과 의식이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우리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차별의 선입견이 존재하지 않는지 되돌아보자.

 

21세기는 느낌(Feel)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여성들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능력이 국가와 사회, 교회 안에서 한껏 발휘되기를 고대해 본다. 많은 드보라가 나타날수록 우리의 역사는 그만큼 더 발전할 것이다. 공익광고의 문안이 새삼 떠오른다.

 

"남녀 차별, 미성숙한 인격에게나 어울리는 말입니다." 농촌출신 판관 기드온 "기드온"은 므나쎄 지파의 가난한 농부 출신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미디안 사람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때였다. 어느날 밀타작을 하던 요하스의 아들 "기드온"의 천사가 나타났다.

 

"힘센 장사야, 야훼께서 너와 한께 계신다."

그러자 기드온은 어리둥절하여 반문했다.

"?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야훼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왜 지금 우리가 미디안 족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우리를 버리신 것은 아닌지요?"

그러자 야훼께서 나타나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 있는 그 힘을 가지고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러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

"?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어떻게 감히 이스라엘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므나쎄 지파는 가장 약한 지파입니다. 더구나 저는 제 집안에서도 가장 어립니다. 도저히 못합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잖아. 한 사람 해치우듯 하렴, 너는 할 수 있어!"

그래도 순순히 믿을 수 없었던 기드온은 "그러면,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당신이 야훼라는 징표를 보여주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그러자 야훼 하느님은 기드온의 청을 들어주셨다. 바위에서 불이 나와 기드온이 바친 제물을 태우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야훼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안심하여라. 너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 두려워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잠시라도 의심을 품었습니다."

"기드온, 우선 오늘밤 네가 할 일이 있다."

"무엇인데요?"

"네 부하 열 사람과 살진 소를 데리고 네 아비의 바알 제단을 박살내고 곁에 있는 아세라를 찍어버려라. 그리고 산성 꼭대기에 야훼의 제단을 쌓아라. 그리고 아세라 목상은 태워버려라"

", 알겠습니다."

다음날 사람들이 보니 바알 제단이 부서지고 아세라 목상이 찍혀 있고 살진 소가 불타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기드온의 아버지 요아스의 집으로 몰려왔다.

 

"기드온, 이놈 어디 갔어. 붙잡히면 죽여버리겠어!"

그러자 요아스가 나서서 당당히 말했다.

"만약 바알이 진짜 신이라면 기드온이 살아남겠소? 지켜보면 될 것 아니요?"

그날 기드온은 바알과 맞설 것이라는 뜻으로 "여룹바"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때 미디안 쪽이 이스라엘을 침범하여 일대가 전쟁의 위기에 휩싸였다. 많은 수의 이스라엘 장병들이 소집되었다. 그러자 야훼 하느님은 기드온에게 명령하셨다.

 

"지금, 소집된 장병의 수자가 너무 많다. 수자를 줄여야 하겠어."

"아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병력 수자를 줄이다니요?"

"내 말대로 하거라. 이 전쟁은 내가 이끄는 것이다. 이대로 승리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교만해져서 안된다. 마치 제 힘으로 승리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내가 여러 시험을 할테니 남은자만을 가지고 전쟁을 치뤄라"

"! 알겠습니다..."

야훼 하느님은 특이한 방법으로 장병을 추렸다. 말씀의 순종하는 것이 시험의 방법이었다.

"물가로 가서 물을 먹여라. 개처럼 물을 핥는자들을 뽑아라."

 

마지막 시험에 통과한 장병의 수자는 삼백명이었다. 기드온은 분명히 속으로 갈등했을 것이다.

"아니, 이 삼백명을 가지고 전쟁을 한단말인가... 그래도 하느님의 말씀이니 따라야 하겠지..."

작은 수의 장병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없이는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작은수의 이스라엘이 엄청난 수자의 아랍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야훼께 대한 믿음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삼백명의 적은 수자로 결국 이스라엘은 미디안을 섬멸하여 완전한 승리를 쟁취했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한 기드온은 곧이어 민족 내부간의 갈등에 빠지고 말았다.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을 찾아와 따졌다.

 

"당신 그럴 수 있어. 전쟁하러 나가면서 우리를 따돌리고 당신 혼자 나가면 우리 얼굴을 어떻게 들고 나가?"

 

세상에는 꼭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남 잘된 것 배아파하면서 자신들의 명예를 공짜로 올리려는 자들 말이다. 그러나 기드온은 순순히 그들에게 명예를 올려주어 화합을 이루어냈다. 기드온은 양보할 줄 아는 탁월한 정치가였던 것 같다. 민족의 영웅, 정치가였던 기드온도 말년에는 타락을 하고 말았다. 기드온은 전리품으로 탈취한 금을 가지고 에봇 하나를 만들어 자기의 성읍 오브라에 두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그 에봇을 섬기며 음란죄에 빠졌다. 그것이 기드온과 그의 집안에 두고두고 큰 올가미가 되었다. 말년에 자칫 잘못 판단한 실수로 인해 자신이 쌓은 평생의 명예가 무너져 버렸다.

 

확실히 사람은 높이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한다. 말년이 될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회복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힘 센 삼손 이스라엘이 하느님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자 블레셋 사람들의 지배를 받게 하셨다. 그 때 소라 지방의 단지파의 마노아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돌계집이라 아기를 낳지 못했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말했다.

 

"여보, 하느님의 천사가 내게 나타나서 말했어요. 내가 곧 아들을 낳게 되는데 그 아들에게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말고, 머리카락도 절대 자르지 말래요"

"?"

"그 아기는 우리 민족을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구한대요."

드디어 마노아의 아내는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삼손이라 지었다.

 

삼손은 어른이 되면서 힘이 무척 세어 블레셋 사람들을 혼내 주곤 했다. 삼손은 구약성서의 인물중에 힘깨나 쓰는 역사(力士)였다. 그는 사자를 염소새끼 죽이듯 한숨에 찢어버릴 정도의 힘센 장사였다. 심지어 나귀의 턱뼈 하나로 블레셋 사람 천명을 때려죽인 위인이었다. 힘에 관한 한 그를 따라갈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육체적 힘이 강하다고 정신적인 힘이 비례해서 강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육체적인 힘이 강하면 교만해지기 쉽고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삼손에게 주어진 힘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도록 주신 힘이었다. 그 힘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 때 오히려 무능한 자가 되어버렸다.

 

삼손은 자신의 민족과는 원수지간인 블레셋 족의 처녀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부모에게 졸랐다.

"제가 블레셋 처녀 하나를 보았는데 그만 반했습니다. 그 처녀에게 장가들고 싶은데 얻어주십시오."

삼손의 부모님은 펄쩍 뛰었다.

"아니, 너 미쳤니? 하필 이스라엘 민족과는 원수사이인 블레셋 처녀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 여자가 좋은 걸 어떻해요? 제발 그 색시를 얻어주십시오"

"어허"

하루는 삼손이 "가자"에 갔다가 한 창녀집에 들어갔다. 그러자 "가자" 사람들은 삼손을 죽이려 계략을 짰다.

"삼손이 창녀집에 들어갔다. 밤새도록 성문을 에워싸라. 그리고 아침이 되면 삼손을 죽여버리자."

그러나 삼손은 성문을 두 문설주와 빗장째 뽑아 어깨에 매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던져버렸다.

 

블레셋 사람들은 자신들의 골칫거리인 삼손을 제거하기 위해 예쁜 블레셋 여인 들릴라를 찾아갔다.

"삼손이 너를 무척 좋아하고 있다. 삼손의 그 무지막지한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아내면 후한 상금을 주겠다."

드디어 들릴라와 삼손은 친하게 되었다. 그녀는 삼손에게 날마다 질문했다.

"삼손, 당신의 큰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나요?"

그때마다 삼손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들릴라는 화를 발끈냈다.

"이봐요, 삼손씨, 당신이 정말 나를 좋아한다면 어떻게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 이젠 절교예요!"

그러자 삼손은 당황하며 진실을 이야기 하고 말았다.

"사실 내 가공할 힘은 이 머리카락에서 나와. 하느님께서 나의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라고 하셨거든"

"! 그렇구나"

들릴라는 삼손이 잠든 틈에 그의 머리를 확 깎아버렸다. 그리고 블레셋 군사들이 와서 잡아가게 했다.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머리카락이 잘릴 때 하느님이 약속하신 힘도 같이 떠났다.

 

블레셋 군사들은 그에게 혹독한 복수를 했다.

"저 삼손의 두 눈을 빼어버려라. 그리고 감옥을 가두고 잡일을 시켜라!"

 

힘센 사나이 삼손에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여자였던 것이다. 위풍당당하던 삼손의 능력도 여자의 미인계에 빠져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역사속에는 여자 때문에 한순간에 패가망신한 위인들이 많다. 너무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자는 자신의 가장 약한점에 걸려 넘어지기 마련이다.

 

삼손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삼손은 하느님께 잘못을 빌었다.시간이 흐르면서 머리카락도 조금씩 자라났다.

블레셋 사람들은 큰 잔칫날 신전에 삼손을 데리고 가서 그를 비웃고 농락했다.

"하느님, 내게 마지막으로 힘을 주십시오!"

드디어 삼손은 큰 기둥사이에 서서 그 기둥을 힘껏 밀었다.

"우르릉 꽝!"

삼손은 많은 블레셋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도 신전에 깔려 최후를 마쳤다.

 

삼손은 힘이 강한 반면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약한 사람이었다. 삼손의 힘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이 함께할 때 발휘하는 힘이었다.

 

사람의 힘과 능력, 재주는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다. 오로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그 힘과 능력이 우리를 넘어뜨릴 것이다.

 

허영엽 신부 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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