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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교만 때문에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우찌야왕 오래전 한 방송국에서 이란 사극이 방영되었을 때 정작 고려를 건국한 왕건보다 이상한 주문을 외우던 한쪽 눈이 먼 궁예가 주목을 더 받았다. 나도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궁예는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한쪽 눈을 다쳤고 늘 말썽을 피우다가 출가하여 세달사(世達寺)라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 신라 말기에 각지에서 반란이 들끓어 혼란해지자 궁예는 891년 절에서 나와 한창 득세하던 세력에 들어가 활동을 했다.  「삼국사기」에서 “부하들과 함께 고생하며, 주거나 빼앗는 일에 이르기까지도 공평무사하였다”라고 한 점을 보면 그는 귀족들의 수탈에 질려 있던 백성들에게 환영받았다. 세력을 넓혀가던 궁예는 901년 스스로 왕위에 올라 국호를 ‘고려’.. 2024. 12. 15.
(22) 성모님의 찬양 마니피캇 ‘나의 구원자’로 칭하며 감사 올려 당신 백성 향한 충실한 모습 강조 피사넬로 즈카르야의 노래(루카 1,68~79)와 성모의 노래(루카 1,46~55)와 시므온의 노래(루카 2,29~32)는 성무일도의 아침기도·저녁기도와 끝기도에서 불리는 복음서의 찬가로, 구약의 오랜 약속이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매일 바치는 까떼나(사슬 기도)의 주요 부분인 성모의 노래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가 마주치는 곳에 자리합니다. 천사와 만난 마리아는 두려운 마음으로 믿을만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 나섭니다. 마리아의 인사말만 들은 엘리사벳이지만, 태 안에서 아기가 뛰노는 것을 느끼며 성령으로 가득 차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 2024. 12. 15.
7. 프랑스 알자스 ‘몽생트오딜 수녀원’ ‘시각장애인의 수호성인’ 오틸리아 성녀가 세운 몽생트오딜 수녀원 몽생트오딜 수녀원 성모승천 성당. 1687년에 이전 로마네스크 성당 토대 위에 바로크 양식으로 새로 지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6년에 ‘준대성전’으로 지정했다. 수녀원 테라스에서는 알자스뿐 아니라 독일 흑림 지대까지 라인강 상류의 비옥한 넓은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알자스에서 가장 유서 깊은 순례 성지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대인 알자스 하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정작 이곳 사람들에겐 작가가 부추긴 그런 국수주의 민족 감정은 없습니다. 17세기 들어와 두 나라의 경계가 한때는 보주산맥, 한때는 라인강에 따라 정해졌을 뿐, 이들은 천 년 넘게 그저 라인강 상류 평원에 살던 알레만의 후손들이었습.. 2024. 12. 15.
10. 성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 1909년 한국에 진출한 성 베네딕도회, 서울 백동에 수도원 건립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백동수도원 건립을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 유리건판, 1910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뮈텔 주교,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요청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는 한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남자 수도회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는 한국 교회 안에서 교육을 담당할 수도회를 애타게 찾았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애국계몽운동으로 그리스도교계 사립학교가 많이 세워졌다. 이 시기 개신교 주도로 세워진 사립학교 수만 해도 전국에 5000여 개나 됐다. 개신교가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한 주된 이유는 선교였다. 선교사들은 치외법권을 내세워 일제의 간섭을 받.. 2024. 12. 15.
(6)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은 의로움 주님이 주신 의로움으로 ‘거짓’에 대항하는 그리스도인 이탈리아 로마 산탄젤로 요새에 굳건히 서 있는 성 바오로 사도 성상. OSV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처럼 사도들이 이끌던 초대 교회 때부터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사이에 벌어진 골이 점차 깊어 갔습니다. 특히 거짓 설교자들과 교리교사들, 영지주의자들, 지나친 금욕주의자들은 예수와 그리스도를 완전히 갈라 세우듯 자기주장만 해댔습니다. 만일 인간 예수가 복음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그분, 사도들과 교회가 복음서에 기반을 두고 선포하는 그 예수와 다르다면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믿음,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에 대한 믿음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스도교 신앙, 곧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는 믿음은 바로 이 땅에서 실제로 일.. 2024. 12. 15.
48. 하느님과의 관계를 부부 사랑에 비유한 호세아 예언자 라파엘로의 프레스코화 스케치 부분 우리나라의 가장 젊은 세대그룹인 Z세대(1997~2005년생)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여론 조사 결과, “결혼은 안 해도 되고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는 응답이 50% 이상 나왔다. 우리 미래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출산률이다. 결혼은 사회제도이고 민주사회에서 자유로운 선택사항이지만 문제는 결혼을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더 큰 책임을 갖고 출산과 양육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결혼한다는 것은 자기 권리를 절반으로 하고 의무는 두 배로 걸머지는 일이다.”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의 지인들은 쇼펜하우어를 성격은 고지식하지만 의협심도 강하고 아주 재미있는 사.. 2024. 12. 8.
(21) 노래하는 공동체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그리스도 찬가(필리 2,6-11) 가장 오래된 기도인 그리스도 찬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그리스도, 자신을 낮추며 높아지는 모습 담겨 존 싱글턴 코플리 “오 주여, 당신께 감사하리라, 실로암 내게 주심을. 나에게 영원한 사랑 속에서 떠나지 않게 하소서.” 개신교 목사님이 만드시고 천주교 생활성가로도 불리고 심지어 야구 응원가로도 쓰이는 ‘실로암’이라는 성가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열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노래하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필리피서 그리스도 찬가(필리 2,6-11)는 전해지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의 기도이고, 전례 중 공동체가 함께 부르던 성가였습니다. 1절: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2024. 12. 8.
9. 여인의 일상 다듬이·절구·맷돌질하는 여인들… 사랑 깃든 일상의 숭고함 드러내  노르베르트 베버,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여인’, 유리건판, 1911년 5월 황해도 해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해주에서 만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여인’ 아궁이에 콩대나 싸리나무를 태우면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소리가 마치 곡식 영그는 소리와 같다 해서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한 해 농사의 대풍을 기원하며 오곡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땠다. 또 정초부터 집집이 아궁이에서 나는 이 요란한 소리로 집안의 잡귀를 몰아냈다. 이를 ‘액막음’이라 불렀다. 이처럼 아궁이는 곡기가 드나드는 곳이어서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과 천지의 기운이 드나드는 주방과 함께 집을 짓고 관리할 .. 2024. 12. 8.
6. 독일 바이에른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베네딕토 성인과 코헬호 ‘기적의 성지’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알프스 산자락 끝의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수도원 옆으로 기차역과 철로가 보이고 뒤로는 코헬호·베네딕텐반트 능선(1800m)·케셀베르크 고개(858m)가 보인다. 옛 로마군은 인스브루크에서 저 고개를 넘어와 이곳을 거점으로 삼은 뒤 뮌헨·아우크스부르크 방면으로 진군하며 영토를 확장했다.출처=Shutterstock 오버바이에른의 가장 오래된 베네딕도회 수도원 1786년 9월 7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탄 마차는 뮌헨을 떠나 안개 낀 이자르강을 따라 남쪽으로 향합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이탈리아 여행길이었습니다. 정오 무렵 괴테의 눈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호수를 낀 너른 평야에 길고 폭넓은 건물이 있고, 그 뒤로 눈 덮인 흰 암.. 2024. 12. 8.
(5) 사도 시대 신앙을 해치는 이단들 영지주의·금욕주의 등에 맞서 정통 신앙을 지키다 그리스도교는 사도 시대 초대 교회 때부터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정통 신앙을 위협하는 다양한 이단들과 맞서며 온전한 믿음을 고수해 나갔다. 렘브란트 작 ‘베드로와 바오로의 논쟁’, 1628, 유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호주 지금까지 우리는 가톨릭 신앙에 있어 하느님의 계시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 믿음에 유익이 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는 사도 시대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해 교회에 혼란을 일으켰던 사례들을 신약 성경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스도교 초대 교회는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개종한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팔레스티나 지역 밖에서 살던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완전히 다른 문화권, 특히.. 2024. 12. 8.
효심이 짙은 녹음처럼 배어 있는 북한산둘레길 11코스 효자길 울창한 그 숲엔 효심이 짙은 녹음처럼 배어 있는 북한산둘레길 11구간 효자길. 북한산둘레길 11구간 효자길은 효자동 공설묘지 앞에서 시작하여 포토포인트 Y자나무를 지나 밤골공원지킴터를 거쳐 사기막골입구까지 약 3.5Km를 건는 코스입니다. 2024. 12. 1.
내시묘역이 없는 내시묘역길 북한산둘레길 10구간 내시묘역이 없는 내시묘역길 북한산둘레길 10구간. 북한산둘레길 10구간은 방패교육대 앞에서 출발하여 백화사 앞,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둘레교를 거쳐 효자동 공설묘지 앞까지 약 3.5Km 걷는 코스입니다. 2024.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