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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원주교구 풍수원성당

by 세포네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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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그림같은 성당'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성당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입구에 하늘 높이 솟은 뾰족탑을 가진 고색창연한 고딕식 건물이어야겠다. 그리고 구석구석엔 오랜 역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움이 배어 있어야 하겠고, 아늑함을 맛보기 위해선 크기는 적당히 작은 것이 좋겠다. 게다가 시끄러운 시내 한복판이 아니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 언덕에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함께 서 있다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성당이 아닐까.

 그림같이 아름다워 영화 촬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당,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러브레터'의 배경으로 나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그 성당이 바로 강원도 횡성 첩첩산중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풍수원성당(주임 김승오 신부)이다.

 6일 풍수원성당 앞마당에서 만난 백여남(가타리나, 39, 수원교구 수지본당)씨는 이 성당을 처음 찾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성당으로 들어오는 길은 또 얼마나 운치 있는지요. 의자 없는 성전 바닥도 시멘트가 아니고 나무라서 그런지, 차가워도 느낌은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합니다.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자 국내 일곱번째 고딕·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인 풍수원성당이 지금으로부터 근 100년 전인 1907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가 아닌 강원도 두메산골에 세워지게 된 데에는 박해와 얽힌 간단치 않은 배경이 숨어 있다. 풍수원성당 역사를 알아보기에 앞서 풍수원성당의 아름다운 풍경부터 감상해보자.

 서울에서 성당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할 고개를 넘으면 왼쪽 저 멀리에 족히 수백년은 돼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살짝 가려진 성당이 수수한 자태로 다가온다. 왼편으로 뚫린 길을 따라 '유적지 풍수원성당'이라고 새겨놓은 표지석을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하늘을 가릴듯한 커다란 느티나무와 사이좋게 마주한 고풍스런 성당이 말없이 객을 맞는다.

 크고 으리으리하게 잘 지은 대도시 성당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참으로 아담하고 소박한 성당이 아닐 수 없다. 건물 전체 면적은 120평. '어떻게 생긴 성당일까' 궁금한 사람은 명동성당을 떠올리면 된다. 물론 명동성당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지만, 겉모습은 19세기말 가장 일반적 성당 건축형태였던 고딕·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명동성당을 빼다박은 꼴이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6개씩 좌우로 늘어선 기둥과 둥근 아치형의 천장이 조화를 이루고, 반원형의 제대 뒷부분에는 3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은은한 빛을 발한다. 성당은 아직 의자 없이 그냥 마루 바닥 이다. 그래서 더 정감 있다.

 성당 왼쪽으로는 성당만큼이나 고풍스런 2층짜리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유물전시관이다. 1912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원래 사제관이었으나 지난 97년에 대대적으로 수리한 다음 유물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본당 차원에서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곳에 전시된 320여점의 유물들 또한 흘깃 보고 지나칠 것들이 아니다.

 100여년 전 이 성당을 지은 정규하 신부가 쓰던 책상을 비롯해 19세기말 당시 사용하던 촛대, 십자가, 성합, 기도서, 사진 등 유물 하나하나는 앞서간 신앙 선조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톨릭 교회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유리 전시관에 진열된 성물 하나하나에서 신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이라면 둘러보는 데 최소한 한나절 시간은 배정해야 할 것이다.

 풍수원성당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주변 자연 풍광을 빼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싶은 사람은 성당 왼편 언덕으로 나 있는 십자가의 길을 올라가 보자. 푸른 숲을 지나 더없이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걷는 그 길은 일상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주고도 남음이 있다.

 십자가의 길 끝에 펼쳐지는 묵주동산. 대형 십자고상과 마리아상을 빙 둘러 축구공 크기만한 묵주알을 땅에 박아 만든 동산은 단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도 충분할 만큼 너른 공간이다.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선조들을 생각하며 묵주기도를 바쳐도 좋고, 같이 간 길동무랑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아마 세상을 잊을 것이다.

풍수원성당 가는 길

 서울에서 팔당, 양수리를 지나 양평에서 홍천 방면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용두 삼거리에서 오른쪽 횡성 방향으로 나가 6번 국도를 탄다. 10㎞쯤 가면 고개가 나오고 고개를 내려서면 왼쪽으로 성당이 보인다. 한강을 끼고 팔당과 양수리를 지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적격이다. 문의 : 033-34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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