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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관현악곡 100선

관현악곡 100선 [67] 라벨 / 스페인 광시곡

by 세포네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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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psodie Espagnole, Op.54
         라벨 / 스페인광시곡          
         Joseph Maurice Ravel 1875∼1937
  
        



1907년에 작곡되었으며, 샤를 드 베리오(Charles-Auguste de Beriot)에게 헌정되었다. 1908년 3월 샤틀레극장에서 에두아르 콜론(Edouard Colonne)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라벨은 에스파냐에 대하여 직접 알고 있지는 못하였지만, 풍부한 색채적 기악법으로 에스파냐적 정서를 잘 묘사하였다. 랩소디 작품에서 흔히 느껴지는 저녁과 같은 분위기 대신, 찬란한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지중해의 아침이 묘사되어 있다.
〈밤의 전주곡 Prelude a la nuit〉〈말라게냐 Malagueua〉〈하바네라 Habanera〉〈축제 Feria〉의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하바네라〉는 라벨이 1897년 작곡한 피아노곡 《귀로 듣는 풍경 Sites auriculaires》의 첫 곡으로 만든 것으로,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의 관현악용 편곡이다. 이 곡을 몹시 좋아한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는 자신의 작품 《그라나다의 밤》에 원용하였다.
'보통빠르기'로 지시된 1악장은 명상하듯 아주 조용하게 전개되면서 남부 유럽의 신비스러운 여름밤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주 빠르게'로 지시된 2장은 리듬감 있는 도입부로 시작된 뒤, 에스파냐풍의 선율이 트럼펫과 잉글리시호른으로 펼쳐진다. '충분히 느리게 그리고 느긋한 리듬으로'로 지시된 3악장은 호른과 목관악기가 하바네라 리듬을 연주하면서 나른하고 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분히 활기있게'로 지시된 마지막 악장은 전 악장 가운데 가장 생동감이 있게 하프와 피콜로의 리듬이 어우러지면서 시작되며, 프렌치호른의 화려한 음으로 흥겨움을 더한다.

제1곡 「밤의 전주곡 Prelude a la nuit」
불가사의한 열기에 들뜬시인데,황혼의 피로를 노래한다. 지극히 보통 빠르기로, 3/4박자. A장조, 서(序)의 주제 및 두 개의 악상으로 이루어진다. 노스텔지어한 음악이다. 서의 주제는 끝까지. 제2곡, 제4곡에서도, 자주 지문(地文)처럼 나타나는 4개의 음표로 이루어진 동기이다. 이윽고 이에 겹쳐서 우선 Clarinet으로 나오는 가락은 제4곡에서 Violin에 의해 회상된다. Clarinet의 카덴차가 다시 흐름을 중단한다. 그런데 악장으로 끝마치는 것도 악보1이고 보니 이것을 〈서(序)의〉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4음표의 집요한 반복 효과가 제1곡을 정말 〈밤의 전주곡〉에 어울리게 한다.

제2곡 「말라구에나 Malaguena」
불과 같은 정열과 그것이 바닥에 가라앉는 우울한 느낌. 기타와 캐스터네츠가 변화를 보여 주며 밤의 광무(狂舞)를 그린다. 충분히 생기 있게. 3/4박자. A장조. 제1곡에서 중단 없이 계속된다. 저음현의 피치카토가 울리는 저음 주제로 시작되어 트럼펫이 제시하는 다른 주제의 부분으로 바뀌어도 율동적인 활기는 여전히 지속된다. 그러나 이윽고 그것을 가로막듯이 템포가 뚝 떨어져서 English Horn이 투나딜리아(작은 노래) 비슷한 선율을 노래한다. 이러한 중단은 〈전주곡〉에도 있었으나 〈광대의 아침 노래〉(곡집 《거울》 제4곡)의 중간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빠른 3박자와 이 투나딜리아를 함께 들으면 마라가 지방의 칸테 혼도의 판당고로부터의, 이 곡의 출처에 생각이 미치게 될 것이다.

제3곡 「하바네라 Habanera」
정열의 베일에 싸인 듯한 스페인의 무곡이다. 아주 천천히. 느긋한 리듬으로, 2/4박지. f#단-장조. 여기에서는 하바네라 리듬이 두 가지로 나타난다. 도입 부분에서는 그 두가지가 대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제9마디에서 Oboe 계통, R1계의 주제가 노래될 대도 현은 R2의 리듬을 새긴다. R2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선율형을 취한다. 하바네라는 「바로 라벨의 모든 기호를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 2/4박자임에도 불구하고, 3박자와 2박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즉, 8분음표의 셋잇단음표 뒤에 2개의 8분음표가 이어진다. 애매한 가운데의 정밀함, 회피를 포함하고 있는 엄격함... (중략) 라벨은 자연의 극히 작은 몸부림에도 맞추어서. 그의 도표를 세밀 면밀하게 복사한다」(잔케레비치 「라벨」)

제4곡 「축제 Feria」
편곡은 또 다른 창작인 것 같다. 감각이 세련되고 예리하지 않다면 원곡 생각만 날테지만 두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이 음반의 라벨의 곡들은 새롭고 신선하다. 향토적인 격렬한 표정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환희의 폭소가 보인다. 충분히 생기 있게. 6/8박지. C장조. 이 곡은 일종의 디베르디멘토로 그 「주부는 5개의 민중적 노래의 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주부의 〈충분히 생기 있게〉흥겨운 고조 후, 템포가 갑자기 떨어져 중간부의 향수와 권태의 야릇한 결합 속에서 English Horn이 민요풍의 탄식의 노래를 들려준다.

이러한 중단이나 주제군의 제명(題名)과 같이 랩소딕한 배열(配列)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전망이 조금도 손상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리듬도 선도 근본에서 확실한 윤곽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화성과 음색의 정묘한 설계가 받쳐주어, 균형 잡힌 정돈이 빠짐없이 실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4곡 중〈축제〉만 다소 길지만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는 제1, 제2곡에 비하면, 〈하바네라〉를 기고 앞되가 서로 대칭적으로 배분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1곡의 서(序)의 주제가 제2, 제4곡에서 회상되고 Clarinet 주제는 제4곡에 제한되는 것은 기억을 일깨워 심상(心象)을 겹치게 하려는 〈인상주의〉적인 의도에 의한 것이겠지만, 그것이 전체의 통일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또한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라벨이 그런 계산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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