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세상은 지나간다고 오늘 독서는 얘기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세상이 우리를 지나가는가요?
독서가 그리 말하지만 실은 우리가 세상을 지나가고
세상은 계속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요?
실제로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상은 남아있잖아요?
그래서 나는 아픈데 다른 이들은 건강한 것이 괜히 야속한 것처럼
나는 죽어가는데 세상은 여전한 것이 야속하고
심지어 그런 세상에 분노를 터트리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세상이 지나간다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지나간다는 것은 나에게 머물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욕망도 지나가는 것입니다.
아니, 지나가게 욕망을 내가 놔야 합니다.
지나가는 욕망을 내가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욕망만큼 허무한 것이 없지요.
욕망은 항상 끝이 허무 아닙니까?
욕망은 지니고 있는 동안은 근심과 걱정뿐이고, 지나고 나면 허무뿐입니다.
욕망과 근심 걱정뿐 아니지요.
이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이 내게 계속 머물러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참으로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만
슬픔도 마찬가지로 내게 계속 머물지 않고 떠나가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러니 성녀 대 데레사의 기도 시가 맞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그러니 이 시와 새옹지마의 교훈을 따라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변방의 한 노인이 소중히 여기던 말을 잃고 슬퍼했는데
그 바람에 준마를 얻게 돼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었지요.
그런데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떨어져 절름발이가 됐는데
절름발이가 된 것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게 되었지요.
성한 다른 집 아들들은 다 죽었지만, 아들은 살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게 다 내버려 두고
오는 것, 잡아야 할 것을 붙잡아야 합니다.
세월이 가고, 한 해도 다 갔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는 무엇을 잡아야 할까요?
세월이 다 가고 한 생이 끝나는 날에 나는 무엇을 잡아야 할까요?
-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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