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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용서할 의무는 주셨어도 단죄할 권한은 주지 않으신 주님

by 세포네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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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하느님이 선이신데 어찌 세상에 악이 있는지,

악한 사람이 판을 치고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왜 벌주시지 않는지,

이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악은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원수가 악의 씨를 뿌렸다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원수는 누구인가? 그것이 관건입니다.

 

이에 대한 우리 그리스도교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선신과 악신이 있어서 선은 하느님에게서,

악은 악신에게서 나왔다는 2원론을 결코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뿐이시고 다른 신은 없다는 것이고,

그렇지만 하느님께 거역하는 존재는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원수는 꼭 악신이나 악마가 아니라

하느님을 거스르는 우리 인간도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에서 주님께서 정작 얘기코자 하시는 것은

악 또는 악인이 어떻게 생겼느냐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악인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 문제이고,

악인의 제거는 우리가 할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은 우리 교회 공동체 안이나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누구를 죄인으로 몰아 배제하거나

공동체에서 제거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왜 그러지 말라고 하시는지

공동체 안에서 악인을 몰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묻게 됩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하느님께서 그럴 권한을 우리 인간에게

주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죄를 용서해야 할 의무를 주셨어도 사람을

죄인으로 단죄하고 심판하는 권한은 주지 않으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단죄와 심판의 권한을 하느님께서는 왜 주지 않으실까요?

 

이에 대해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그럴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십니다.

 

사실 누가 누구를 단죄하고 공동체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죄 없는 사람부터 돌을 던지라는 주님이 아니십니까?

 

그가 제거되어야 한다면 나도 제거되어야 하는데

나는 남아 있고 그를 제거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의 공동체라면 나 중심적으로

그러니까 내가 싫으면 나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동체는 하느님의 공동체이니 나 중심적으로

누구는 밀이고, 누구는 가라지라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히려 죄인임에도 내가 이 공동체에서 쫓겨나지 않고

계속 이 공동체에 속하여 살게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나의 죄를 참아주시고 기다려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시어 의인은 인자해야 함을 당신 백성에게 가르치셨다."

오늘 지혜서 말씀대로 우리도 같은 죄인인 이웃에게 인자해야 할 것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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