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토, <성 고스마와 다미아노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1540년경, 캔버스에 유채, 261x160cm, 마르멘티노 성당, 브레시아, 이탈리아
이탈리아 브레시아(Brescia) 지방에서 주로 활동한 알레산드로 본비치노(Alessandro Bonvicino), 일명 모레토(Moretto, 1498년경~1554)는 스승인 티치아노로부터 베네치아 회화의 화려하고 조화로운 빛을 중심으로 하는 색채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모레토는 마르멘티노 성당 제단화에서 부드럽고 풍부한 분위기의 색채로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모레토는 브레시아 지방의 고위 성직자인 도나토 사발로가 의뢰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주제로 한 마르멘티노 성당 제단화를 제작했다. 그림 정중앙 제대 바닥 위에는 성체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날개 달린 두 천사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부활한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녹색 베일로 가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마르멘티노 성당의 두 성인인 고스마와 다미아노가 있다.
제대 위쪽에는 커다란 성체가 현시된 성광과, 신성한 빛과 불을 상징하는 초와 촛대가 놓여 있다. 그림의 성광은 13세기 초에 나타났던 형태로 성작의 밑 부분에 성합을 붙인 모양으로 한쪽에 유리문이 달려 있다. 성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모습과 양쪽에 성모 마리아와 요한의 모습이 새겨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고 우리 신앙인들이 항상 예수님과 함께 일치의 삶을 살아가도록 성체성사를 제정하신다. 제대 앞면에 라틴어로 “PANEM ANGELORVM MANDVCAVIT HOMO”(사람은 천사들의 빵을 먹었다.)라고 적혀있듯이, 천사들이 감싸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먹는 것이다.
화면 위에 그리스도는 영광스럽게 부활한 모습이지만 양손에는 당신의 수난 도구였던 십자가와 돌기둥을 들고 있다. 몸을 감싼 붉은 망토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희생과 사랑, 부활의 승리를 상징하는 색으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는 수난과 죽음에 복종하셨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시어 죽음을 영원히 물리치신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도(몸과 피)의 모습이 제대 중앙에 거룩한 그릇인 성광 속에 성체로 현시되고 있다.
현시된 성체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 앞에서 두 성인, 고스마와 다미아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와 묵상을 바친다. 오른쪽에서 성 다미아노는 순교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고, 왼쪽에서 성 고스마는 우리를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아라비아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인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는 모두 의사였고, 명의라는 높은 칭송을 받았지만, 청렴하고 겸손한 자세로 늘 하느님께 기도하며 순종하는 모습으로 환자의 병을 치료하면서 치유의 기적을 보여주었다고 전한다. 이들은 303년 이탈리아에 불어닥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로 갖은 고문과 배교 회유 끝에 참수되어 순교했다. 순교한 뒤에도 성인의 전구로 인한 치유의 기적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식탁의 주인이 자신이 음식이 되어 주는 잔치는 참으로 성대한 잔치입니다. 자기의 살로 손님들을 먹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 그리스도께서는 이것을 하십니다. 그분은 초대하는 분이 되시고 또 음식과 음료가 되십니다. 순교자들은 자기들이 받은 음식과 음료가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에 자기 목숨을 바침으로 그만큼 갚아드린 것입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강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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