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학교 화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15세기, 46.5x34.5cm, 패널에 유채,
라사로 갈디아노 미술관, 마드리드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한다. 성화에서 마리아와 엘리사벳, 즉 구원자 그리스도를 낳을 여인과 예언자 요한 세례자를 낳게 될 여인의 만남은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둘만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마리아는 성령의 힘으로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예”하고 대답은 했지만, 몹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혼례를 하지 않은 마리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사벳은 결혼한 여자로서 머리에 베일을 쓰고 있고, 마리아를 집 바깥까지 마중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그녀의 집은 언덕 위에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서둘러 간 마리아의 급한 마음을 배경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리아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자 모습으로 베일로 머리를 모두 가리지 않고 금발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아기 예수님을 임신한 마리아와 요한 세례자를 임신한 엘리사벳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 염려해 주며 하느님의 뜻에 따른 임신을 축하해 준다. 결혼도 하지 않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가지게 되고, 노년기에 접어 든 엘리사벳이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사실은 사실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두 여인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함께 겪으며 하느님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엘리사벳은 히브리어로 ‘하느님은 맹세하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마리아와 사촌 간인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기 전,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기를 갖게 된다. 엘리사벳은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나이였다. 그렇지만, 구세주 예수보다 먼저 태어나 그분의 길을 준비할 사람이 필요했기에 엘리사벳은 그 사람을 낳을 여인으로 선택된 것이다. 또한, 엘리사벳의 붉은색 망토와 흰색 베일은 사랑과 믿음을 상징하는 색으로, 그녀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임신 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로 칭했고,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분으로 고백한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복부에는 금으로 장식된 메달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두 여인의 자궁 안에서 자라고 있는 예수님과 요한 세례자의 태아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도상은 그리스도의 육화를 강조한 표현으로 비잔틴 미술에서 그 기원을 가진다. 왼쪽의 아기 예수님은 오른손을 들어 오른쪽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요한 세례자를 향해 축복하고 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단순히 둘만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요한 세례자의 만남으로 연결된다. 두 아기는 몇 개월 사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게 되고 후일 예수님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게 되며, 요한은 구세주 예수가 세상에 올 것을 예고하는 예언자가 된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요한 6,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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