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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하느님의 어린양

by 세포네 2015. 12. 17.

로렌조 로토, <성 요한 세례자>, 1522년, 패널에 유채, 성 빈첸조와 알렉산드로 성당 내 폰테라니카 제단화, 베르가모

 

로렌조 로토(Lorenzo Lotto, 1480-1556)는 아래와 위가 각각 세 개로 이루어진 총 여섯 개의 패널로 구성된 폰테라니카 제단화를 제작했다. 위에는 가브리엘 천사, 부활한 그리스도, 성모마리아가, 아래는 성 베드로, 성 요한 세례자, 성 바오로가 그려져 있다. 요한 세례자는 아래 중앙에 화면 가득 묘사되어 있다.

 요한의 존재는 신앙심이 충만한 늙은 제사장 즈카리아와 엘리사벳이 천사 가브리엘에게 믿을 수 없는 아들의 탄생 예고를 들으면서 드러난다. 루카 복음에서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는 요한까지다.”라고 기록한 것처럼 요한 세례자는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신약의 메시아의 선구자로 유대 사막에서 은수자로 살았고, 30세가 되었을 때부터 요르단 강가에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기 시작하며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다.

 요한 세례자는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마르 3, 4)라는 기록과 같이 넝마 같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 옷을 걸치고, 그 위에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바위 위에 서 있다. 그의 가슴에는 어린 양 한 마리가 안겨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요한은 십자가와 붉은 색 망토에 싸인 상처 난 어린양을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보여준다. 어린양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희생으로 한 몸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붉은 색 망토는 피와 희생의 상징으로 그림 전체를 지배한다. 붉은 색은 그리스도의 죽음 이후 희생이나 완결 등 긍정적인 대상으로 존중받는 색상이 되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며 마시는 빨간 포도주처럼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붉은 색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수난을 의미한다. 어린 양의 가슴과 다리에는 붉은 색으로 상처가 묘사되어 있다. 화가는 그리스도가 하느님께 피의 희생 제물로 바쳐진 구세주임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양이 뜨고 있는 눈은 생생하기에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항상 살아 계심을 의미한다. 더욱이 요한 세례자의 상징물인 갈대로 만들어진 긴 십자가에 감긴 두 장의 종이 위에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Ego Vox clamantis in deserto / Parate Viam Domini)”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Ecce Agnus Dei)”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가 딛고 서 있는 돌은 하느님의 반석이 된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시편 18, 3)

 요한 세례자가 서 있는 뒤로는 산과 산, 산과 들판이 굽이굽이 이어져 하늘과 연결된다. 그는 이 정상에서 큰소리로 외칠 것이다. 그가 높은 곳에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르 3.2)라고 외치는 소리는 메아리로 퍼져 나갈 것이다. 그는 겸손하게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알리고 준비시킴으로써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무성한 나무들과 싱싱한 식물들, 푸른 하늘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새로운 날이 펼쳐질 것을 드러낸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요한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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