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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자선과 심판

by 세포네 2015. 11. 15.

바렌트 반 오를리, <최후의 심판과 일곱가지 자비> 1520년경, 패널에 유채 안트베르펜 왕립 박물관 

 

바렌트 반 오를리(Bernaert van Orley, 1491/92-1542)는 안트베르펜 시에서 빈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누어주는 일을 맡은 복지담당관의 의뢰로 제단화를 제작하였다. 화가는 이것을 마태오 복음서에 기록된 최후의 심판을 내용으로 일곱 가지 자비를 배경으로 제작하였다. 중앙 패널에는 천상의 심판자 그리스도께서 지구 위에 발을 올려놓고, 하느님과 인류 사이의 증표이며 하늘의 왕국과 땅의 속세를 연결하는 무지개 위에 앉아 계신다. 예수님의 오른쪽 천사는 심판의 상징인 칼을 들고 있고, 왼쪽 천사는 자비의 상징인 백합을 들고 있다. 예수님의 발 아래에서 일곱 천사는 일곱 개의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 주변에는 네 명의 천사가 세상 종말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있다. 그리고 비둘기를 타고 내려오는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휘두르며 최후 심판의 날에 의인과 악인의 영혼을 나누고 있다. 천사들의 나팔 소리에 무덤에서 일어난 죽은 이들은 각각 천국과 지옥의 길로 나누어져 있다.

 중앙 패널 오른쪽에는 어둠이 짙게 깔린 지옥으로 저주받은 영혼들이 향하고 있고, 왼쪽에는 천국에 오를 축복받은 영혼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해골에 살을 붙이고 있는 천사가 눈에 띈다. 이것은 교회는 육신의 부활을 믿기에 새 삶을 시작한 부활한 생명이 천상의 대열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다. 하늘에 구름 띠로 연결된 왼쪽 패널에는 성모 마리아와 여섯 사도가, 오른쪽 패널에는 요한 세례자와 여섯 사도가 천상에서 인류를 대신해 하느님께 간구하고 있다.

 또한 패널 중앙과 양쪽 패널에는 일곱 가지 자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왼쪽 패널에는 젖이 말라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없는 여자에게 빵 바구니와 죽 대접에 먹을 것을 채워주고 있다. 그 뒤로 복지 관리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걸인들에게 물을 따라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 뒤의 건물에는 부부가 현관 앞 계단에서 나그네를 기쁘게 맞아들이는 모습이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마태 25, 35) 오른쪽 패널에는 복지 관리인들이 다리가 몹시 불편한 걸인들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고, 그 뒤에 침상에 있는 병든 사람과 실의에 가득한 보호자에게 찾아가 보호와 위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멀리 뒤편에는 한 무리의 사람이 감옥에 갇힌 사람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마태 25, 36)

 마지막으로 중앙 패널 아래에는 죽은 사람의 장례예식을 준비하려는 듯 관을 든 사람들과 사제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성경에는 숨을 거둔 사람에게 장사를 지내주는 자비에 관하여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흑사병이 창궐한 이후, 교회는 구원을 위한 자비로운 행위를 중요한 대목으로 삼았다.

 지상에서 인간의 자선 활동으로 인해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오는 날 영원한 벌을 받는 곳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을 저울질할 수 있는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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