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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영광으로 가득한 천상의 공간

by 세포네 2015. 11. 8.

주스토 데 메나부오이, <천국> 1375-77년 프레스코, 세례당, 파도바, 이탈이아

 

주스토 데 메나부오이(Giusto De Menabuoi, 1320-1391)는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의 세례당에서 매우 놀랍고 기념비적인 프레스코화를 제작했다. 카라라의 프란체스코 1세 공작의 부인인 피나 부짜카리나는 그의 가족 묘가 있었던 곳을 파도바 대성당의 세례당으로 바꾸는 계획안에서 내부 장식을 주스토에게 의뢰했다. 피렌체 출신이지만 파도바에서 주로 활동한 주스토는 1370년대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기에 그리스도교 미술의 회화적이고 표현적인 기능성을 확장했고, 파도바를 중요한 예술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신성과 인성을 상징하는 붉은 튜닉에 하늘색 망토를 걸친 그리스도는 천사들과 성인들의 중심부에서 당당하고 위엄을 갖춘 판토크라토르
(Pantocrator, 만물을 지배하는 군주라는 의미) 모습으로 자리하고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묵시 1, 8) 라고 적힌 성경을 들고 모든 천사와 사도 그리고 성인의 찬양을 받으며 세상을 축복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두 층의 천사들과 세 층의 성인들에 둘러싸여 있고, 원의 중심에는 작은 모습의 천사들이 그리스도를 옹위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웅장한 형상 바로 밑, 세례당 입구 쪽 위에는 그리스도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성모님이 금빛 광채에 둘러싸여 천사들의 호위를 받고 계신다. 성모님의 머리에는 찬란한 화관이 씌워져 있어서, 이미 성모님께서는 하늘에 올라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천상 모후의 관을 받으셨음을 알 수 있다. 성모님은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좋은 길잡이시며 우리의 모범이 되시는 분이시기에 이렇게 세례당 입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강조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계신다. 늘 예수님 곁에서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신다
 성모님의 바로 발아래를 보면 구약의 시작인 <창세기> 1장의 천지창조의 내용을 시작으로 해서 신약의 <요한 묵시록>까지 중요한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그리스도인들이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경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처럼 창조의 순간부터 종말의 시간까지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말씀대로 구원을 향해 모범적 삶을 살아간 사람이 성인이다.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바깥쪽에는 파도바 지역에서 특별히 공경하던 서른다섯 분의 성인·성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들 성인은 하느님의 보살핌과 자비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 머물고 있다. 푸른 하늘도 구름도 없는, 영광으로 가득한 천상의 공간에 서 있다
그 도성은 해도 달도 비출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그곳에 빛이 되어 주시고 어린양이 그곳의 등불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묵시 21, 23) 성인들은 거룩한 성전 안에서 주님과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다.

 우리도 예수님을 굳게 믿고 따르며, 하늘나라에 들어가 하느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복된 사도들과 모든 성인과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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