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의 중심 장소였던 갈릴래아의 어느 산에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셔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라고 말씀하신다. 고대 건축을 배경으로 예수님은 마치 건장한 몸매를 뽐내기라도 하듯이 균형 잡힌 우아한 몸을 광채와 함께 드러내고 계신다.
화가 안토니오 콘치올리(Antonio Concioli, 1739-1820)는 신고전주의 회화의 특징인 해부학의 아름다움을 부활한 예수님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예수님이 걸친 흰색 망토와 십자가 위에 못 박히셨던 손과 발의 선명한 못 자국은 죽음의 승리를 상징하는 요소이다. 단단한 골격과 근육의 아름다운 인체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오른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둔 콘트라포스토)자세를 취하신 예수님은 양팔을 벌리고 계시는데, 길게 뻗은 오른팔은 베드로를, 왼팔은 저 멀리 뒤쪽을 가리키신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모습을 보이고 계신다.
스승 예수님을 따르려는 제자들의 모습도 예수님처럼 엄격한 해부학을 토대로 견고한 화면을 구축하고 있다.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뿐 아니라 더러는 의심한다. 이들에게 두 가지 감정이 대립하고 있다. 예수님을 신뢰하는 마음의 표출과 흔들리는 마음의 모습이다. 제자 무리 가운데 더러는 예수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경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믿지 못할 광경이라도 본 듯 고개만 내밀거나 등을 돌린 사람들도 있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환한 모습으로 나타나셨건만, 정작 제자들은 눈앞에 나타나신 분이 진정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고 약한 믿음을 보인다.
이런 제자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전체를 가리키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분의 자격으로 그들의 의심을 없애시고 사도로써 수행해야 할 사명을 말씀하신다. 예수님 가까이에 무릎을 꿇은 베드로를 보면, 바로 앞에 서 계신 스승을 경외하며 예수님께서 주신 하늘나라의 열쇠를 가슴에 꼭 품고 있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태 16, 19) 열고 잠그는 기능을 가진 열쇠는 권위의 상징으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매고 풀 수 있는 권한을 주시고, 아버지로서 교회를 다스리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예수님의 왼팔을 따라가 보면 그 아래 호숫가에 뱃머리만 보이는 한 척의 배가 놓여있다. 배는 교회를 상징하는 것으로 초대교회 시절부터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죄의 용서와 구원의 은총을 가져다주는 “세례를 주고”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는 제자 공동체를 이룩하도록 분부하고 계신다. 부활한 예수님을 보고 덜덜 떨던 사람들에서 부활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화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이 행하셨던 것과 같은 능력을 부여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하신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 1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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