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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거룩한 책

by 세포네 2015. 9. 20.

오래된 수도원과 대성당, 제의방에는 복음서, 성경, 미사경본 등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예수님께서 직접 등장하시는 네 복음사가가 기록한 복음서를 가장 거룩한 책으로 여겼다. 예수님께서 복음서를 통해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이 거룩한 책들은 아름다운 글씨체와 세심한 삽화와 제본으로 장식되었다. 이러한 예술적 조형으로 성경이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상징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금판에 온갖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책인 ‘코덱스 아우레우스’는 중세 사람들이 책 장정에 얼마나 각별한 노고와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예수님은 만돌라(Mandola, 신성한 하늘과 빛, 그리고 영광을 의미)에 둘러싸인 채 옥좌에 앉은 모습이다. 옥좌의 형태는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예수님의 모습은 과히 당당하고 위엄 있어 보인다. 예수님은 내적으로 꿋꿋하고 흔들림 없다. 그리고 우주의 이성과 정신이라는 로고스의 개념이 예수님의 이미지와 결합한, 강한 우주의 지배자 모습이다. 오른손은 하늘과 땅의 결합을 상징하는 축복의 자세이고, 왼손은 무릎에 올려놓은 펼쳐진 성경을 받치고 계신다. 이 성경은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과 말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말씀의 귀한 가치는 예수님을 둘러싼 사각 모퉁이에 새겨진 네 복음사가가 열정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쓰고 있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네 복음사가에 따른 상징들이 함께 나타난다.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 (에제 1, 5) 떠받들고 있는데,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다.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다.” (묵시 4, 7) 이스라엘의 12 부족은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 등 네 가지 상징으로 분류되는데, 그리스도교에서는 네 명의 복음사가인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을 상징한다. 2세기 후반 성 이레네우스가 복음서와 네 생물체를 처음 연결하였는데, 사자는 왕권, 황소는 희생, 사람은 신의 육화, 독수리는 성령이었다. 그 후 성 히에로니무스는 4세기 후반에 복음서 네 저자와 동물을 관련지었다.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이 사람의 아들로 육화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천사로 상징된다. 마르코 복음서는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설교로 시작하기에 광야의 왕이라 할 사자로 나타낸다. 루카 복음서는 번제물, 즉 희생이라는 주제를 강조했으므로 황소가 상징되었다. 이것은 사제 즈카르야가 지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요한 복음서의 상징 동물은 독수리의 비행과 흡사한 높은 영성으로 쓰였기 때문에 독수리가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으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 복음사가들은 거룩한 말씀을 남기기 위해서 그들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성경의 말씀은 또 다른 빵이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앞뒤로 글이 적혀 있는 두루마리 한 장을 받아먹으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에게 주는 이 두루마리로 배를 불리고 속을 채워라.” (에제 3, 3) 에제키엘이 받아먹은 두루마리가 꿀처럼 입에 달았다고 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먹어 우리 마음 안에도 들어가, 우리 배를 생명의 말씀의 양식으로 거룩하게 채울 수 있기를 간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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