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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나 너와 함께 있다

by 세포네 2015. 8. 2.

갈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께서 전도하실 때 많은 군중이 몰려들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로 나가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날 저녁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호수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길에 돌풍이 일었다. 돛단배 안에서 폭풍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제자들과 갑판에 있는 예수님, 균형을 잃고 막 침몰하려는 배에 관한 이야기는 공관복음서에서 거의 똑같이 묘사되고 있다. 이렇게 밤에 호수에서 풍랑이 치는 장면은 미술사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이 모자이크에서는 성경에 기록된 두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예수님이 고물에서 잠을 자는 모습과 팔을 뻗어 풍랑을 가라앉히는 모습이 모두 묘사되어, 예수님의 모습이 두 번 등장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그들은 갑자기 불어 닥친 비바람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이 순간 제자들은 자신의 집과 가족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잃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두려움뿐일 것이다. 오로지 그들 스승만을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에 예수님은 평온하게 잠을 청하고 계시고, 그 옆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깨우고 있다. 제자들의 울부짖음에 잠에서 깨어나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책망하시고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신다. 왼쪽에 예수님은 서서 오른손을 들어 바람을 멈추고 호수에게 잔잔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바람이 멎고 파도가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을 보고 있다. 특히 왼쪽 첫 번째 제자는 이 광경의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어 “저쪽으로 건너가자”라는 말씀에, 일단 예수님의 뒤를 따르면 어떠한 역경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배의 방향은 왼쪽 산에서 시작해서 오른쪽 건물로 향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두려움 없이 새로운 만남을 향해 가도록 인도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배는 교회를 상징하는데, 배를 통해 예수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람에 성난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이 탄 배는 폭풍으로 위험에 빠졌고, 그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특히 어부였던 베드로, 안드레아와 바닷가에 살았던 요한과 야고보는 거센 파도가 고요해 질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을 했을 것이다. 제자들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출렁이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다. 반면 주무시는 예수님과 바람을 잠재우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평온하다. 더욱이 그림 왼쪽에 손을 든 예수님의 모습은 풍랑을 꾸짖기보다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축복하시는 듯하다. 사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랐지만 우주의 온갖 것을 창조하시고, 모든 것(바람, 파도 등)을 다스리는 예수님의 권능까지는 그 믿음이 이르지 못했다. 예수님이 주무시는 동안 풍랑 앞에서 겁에 질려 허둥대고 근심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마주치는 두려움을 반영한다. 바로 옆에서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이 만물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다.

“네가 물 한가운데를 지난다 해도 나 너와 함께 있고 강을 지난다 해도 너를 덮치지 않게 하리라.” (이사 4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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