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한 손에 성반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제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빵이 아니라 성체를 직접 먹이신다. 이 성찬례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제자들과 함께 기념하기 위함이다. 제자들의 손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합장한 손, 가슴에 엇갈려 모은 손, 예수님을 향해 벌린 손까지 모두 경건한 자세다. 무릎을 꿇은 제자들은 예수님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 여덟 명이, 오른쪽에 세 명이 반원형을 이루며 성찬례에 참여하고 있다. 화가는 뒤의 배경을 고딕식 교회 내부로 표현하여, 예수님 뒤에 긴 식탁은 미사가 거행되는 제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제대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하신 것을 떠올리게 한다. 식탁 왼쪽에는 15세기부터 사용되었던 도금된 커다란 성작과 성체포 위에 성체가 놓여있다. 성작이 놓인 바로 옆에 방추형 모양의 유리 주수병을 꽉 쥐고 있는 한 제자가 눈에 띈다. 그의 모습은 제자 중에 가장 젊은 것으로 보아 요한임을 파악할 수 있다. 요한의 바로 옆 제자는 초를 들고 있다. 초는 신성한 빛과 불의 상징으로 교회의 전례 때마다 켜진다. 두 제자는 미사 전례에 쓰이는 도구를 들고 있다. 위에는 두 천사가 찬양을 하고 있다. 화면 가장 앞에 대야와 물 주전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장면과 성찬례와 관련이 있다. 사제는 성찬례때 손을 씻는 데 이것들을 사용한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 요한부터 급한 성격의 베드로, 배신을 앞둔 유다까지 다양한 유형이다. 예수님은 같은 잔에 같은 빵을 나누어 모두가 동일하며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무언(無言)의 가르침을 주신다. 아무런 조건 없이 제대 앞에 무릎 꿇은 모든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래서 모두는 하나의 빵에서 비롯된 빵조각을 떼어 받아먹고 마시며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룬다. 그러나 왼쪽 구석에 유다는 제자들의 무리를 막 떠나려 한다. 유다의 모습은 전형적인 배반자의 도상으로, 노란색 복장과 스승 예수를 팔아넘긴 대가로 돈을 받아 넣은 주머니, 붉은색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찌푸린 얼굴로 묘사되어 있다. 예수님을 수난의 길로 접어들게 한 유다 지만, 그의 몸은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으면서도 눈빛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하염없이 체험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제단화는 마지막 만찬 때 성찬례를 제정하시는 순간을 나타내고 있으나, 성경의 기록 그대로를 따르고 있지는 않다. 예수님은 단순히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은 아니다. 제자들(믿는 이들)이 항상 예수님과 함께하고 하나 되는 삶을 살게 하려고 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교회 안에 자신의 살과 피로 변화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체성사 안에서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현존하실 것이며, 세상 끝 날까지 제자들(우리)과 함께하실 것이라는 것을 몸소 행하고 계신다.
미사는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이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이다.”(「전례헌장」, 47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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