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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모두를 이끄시는 분

by 세포네 2015. 8. 2.

 

 

틴토레토(Tintoretto, 1518~94경)로 더 잘 알려진, 베네치아 화가 자코포 로부스티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집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천을 염색하는 장인(틴토레)이었고, 자코포는 어린 염색공이라는 뜻의 별명인 틴토레토를 자기 이름처럼 사용했다. 틴토레토는 부친의 염색일을 이어받다가 그림을 배우게 되는데 그 시기나 그의 스승에 관해서는 불분명하다. 전기 작가 리돌피(1594~1698)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의 드로잉과 티치아노의 색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틴토레토의 그림은 역동적인 구성에 인물의 과장된 동작과 극적인 빛의 사용으로 미켈란젤로나 티치아노와 구분되었다. 급하고 짧은 필치로 그림의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거친 붓 터치로 칭송받았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장면에서도 빠른 붓 터치와 인물들의 과장된 형태와 몸짓을 찾아볼 수 있다. 틴토레토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사선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빛과 어둠을 강렬하게 대비시켜 극적인 효과로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림에서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자연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화가는 예수님(사람의 아들) 자체에서 영광스럽게 발하는 빛-초자연적인 빛으로 등장인물들의 극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그림에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가로가 12m 가 넘는 대작의 중앙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있고, 그의 시선은 예수님의 오른쪽 대각선 위치에 ‘선한 죄수’와 시선을 맞추고 있다. 이 죄수는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루카 23, 42)라고 하였다. “땅에서 들어 올려져”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 43) 하신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회개한 죄수를 자신에게 이끌어 그를 아버지께 인도할 것이다.

그림 전체구성에서 예수님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죄수를 십자가 위에 매달아 세우려는 그룹과 오른쪽 아래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그분의 겉옷을 두고 제비뽑기하는 그룹,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 예수님의 죽음을 슬퍼하고 혼절한 그룹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의 마음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두 죄수의 십자가를 세우는 사람들은 물리적인 힘을 보여주고, 예수님의 옷을 제비뽑기하여 나누는 사람들은 물질적인(세속적인) 관심에 집중하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은 영적 지향의 몸짓을 나타낸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과 영광에, 마음이 각각 다른 이들을 모두 참여시키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음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모든 이에게 가르치고, 그분께 순종할 수 있게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하도록 이끄실 것이다.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로마 8, 18)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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