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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하느님의 소중한 성전

by 세포네 2015. 8. 2.

 

작가 미상, <성전에서 환전상을 쫓아내시는 그리스도>, 1570년경, 목판에 유채,
91×150cm, 카드리오르그 아트 박물관, 탈린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다가오자 예루살렘에 들어가 먼저 성전에 들어갔다. 네 복음사가 모두 예수님께서 환전상과 상인들을 쫓아내시고, 아버지 집에서 벌이는 장사에 대해 격렬하게 분노를 일으키는 광경을 기록하고 있다. 성전 밖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성전 안에서 버젓이 행해져 조용히 기도하고 예배하는 성전이 북새통을 이루는 장사하는 집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림 가운데 예수님은 양이나 소를 끌고 온 끈을 집어 단단한 채찍을 만들어서 사정없이 상인들과 짐승들을 쫓아내시고 계신다. 채찍을 든 오른팔을 힘있게 들어 분노를 표출하는 예수님의 강한 카리스마는 화면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요한 2, 15) 커다란 탁자는 옆으로 쓰러져 있고 환전상은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줄행랑을 치려 한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은 용케 몸을 피하기도하고 이 광경을 두려움과 놀라움에 사로잡혀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과 사람, 크고 작은 짐승들과 사람이 엉키어 큰 혼잡을 이룬다. 서로 앞다투어 성전 밖을 빠져나가고 있다.

예수님의 뒤에는 모세가 율법이 새겨진 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모세의 율법에는 여러 축제일에 바치는 제사에 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큰 축제일에는 비둘기와 양, 소, 기타 많은 짐승이 제물로 봉헌되었다. 하느님께서는 짐승과 밭의 소출을 제물로 바칠 것을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르쳐 주셨다. 여기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모세가 규정한 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소박하고 진실한 믿음으로 제물을 봉헌하는 예배를 바쳤을 것이다. 그러나 유다 권력층인 대사제들이나 원로들이나 율법학자들은 하느님 공경을 빌미로 부를 누리려고 사람들의 소박한 믿음을 이용하게 된다. 이에 예수님은 그들의 탐욕을 단죄하고 계시는 것이다. 예수님의 행동은 작게는 성전의 장사치들을 쫓아낸 것 같지만, 사실은 성전을 둘러싼 예배방식을 부정하고 있다.
 
그림 오른쪽 뒤에는 예수님께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무수한 군중과 함께 예루살렘 성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성문을 따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골고타가 보인다.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하신 대답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요한 2, 19. 21) 이것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예고이다. 그리고 성전은 기도하고 예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귀한 예배가 그분 마음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의 몸 역시 세례 때 받은 예수님의 영으로 하느님의 소중한 성전이다.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2사무 7, 13-14)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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