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영광은 신약성경 중 가장 장엄하고 극적인 순간이다
. 비록 복음사가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더라도 수세기에 걸쳐 화가들은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통해 성경에서 비워진 부분을 그림으로 채워 표현하고 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Piero della Francesca, 1415년경~1492년)는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단순하고 명쾌한 구도 속에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 중앙에 예수님은 부활(승리)의 상징인 붉은 십자 표시의 깃발을 들고, 자신의 시신이 안치되었던 석관에 한쪽 발을 올리고 균형 잡힌 곧은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창에 찔렸던 예수님의 옆구리와 못에 박혔던 손과 발의 상처에는 아직 혈흔이 남아 있지만, 꼿꼿한
자세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보인다
.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1코린 15, 54-55) 이와 달리 석관 아래 네 명의 병사는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잠에 빠져 있다. 병사들은 예수님의 뜨고 있는 눈과는 대조적으로 모두 눈을 감고 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카 24, 16) 하물며 왼쪽 병사는 거의 보기를 원치 않는 것처럼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강한 눈빛으
로 의연하고 강직한 자세로 살아나심을 보이는 예수님의 자세는 흐늘흐늘한 자세에 눈을 감고 있는 병사들의 자세와 상반된 의미를 나타낸다
. “모든 것을 그분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 (1코린 15, 27) 무기력한 이미지는 지상의 몸으로 세속적 의미를 말하고, 생생한 이미지는 하늘의 몸으로 영적인 의미를 뜻한다. 예수님께서 들고 있는 곧게 세워진 깃대와 오른쪽 병사가 들고 있는 비스듬하게 세워진 창에서도 하늘을 향함과 세상을 향함을 볼 수 있
다
. 또한, 예수님의 머리 윗부분을 꼭짓점으로 하는 정삼각형(인간의 세계, 육적인 사람, 땅)과 화면 아래 병사들의 발이 모인 지점을 꼭짓점으로 하는 역삼각형(천상의 세계, 영적인 사람, 하늘)이 겹치는 중앙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배치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
은 하늘과 땅의 왕으로 당당하게 서 계신다
. 병사들 가운데 예수님의 깃대에 기대어 자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화가의 자화상이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잠을 자면서라도 그리스도에게 기대어 의지하고 있다. 화가는 자화상으로 예수님이 “늘 깨어 있어라.” 하신 가르침
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반성이나 하듯 잠든 상태에서라도 그리스도에게 신앙적으로 의지하려는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 뒤 배경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린 벌거벗은 큰 나무들이 서 있고
, 오른쪽에는 이제 자라기 시작한 작은 나무들에 초록 잎이 무성하다. 예수님의 부활은 자연이 죽음의 겨울에서 새로운 생명의 봄으로 가는 통로이다.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 (콜로 3, 1)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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