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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말씀이 있는 그림] (49) 나병 환자의 치유

by 세포네 2015. 2. 21.

 

코시모 로셀리, <산상설교와 나병 환자의 치유>, 프레스코화, 349x570cm,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

 

피렌체 화가 코시모 로셀리(Cosimo Rosselli, 1439-1507)가 제자인 피에로 디 코시모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산상 설교와 나병 환자의 치유>이다. 왼쪽에 예수님의 산상 설교 장면이, 오른쪽 앞에는 제자들에게 둘러싸인 예수님 앞에 나병 환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장면이다. 멀리 뒤에는 예수님께서 산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제자들과 산에서 내려오고 계신다. 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께 군중이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때 어떤 나병 환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 1, 40) 간청하니, 예수님께서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마르 1, 41) 하시며 병든 자를 만져주셨다.  

나병은 예수님 시대뿐 아니라 구약성경과 오랜 유다교 전통에서 하느님의 저주를 받아 생긴 징벌로 부정한 병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유다 율법은 나병을 아주 엄격하게 경계하였다. 나병은 온몸이 짓무르며, 살갗에서는 악취가 나고 신경세포가 마비되어 심하면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 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면 사제들은 병이 완치될 때까지 그 사람을 공동체에서 격리시켰다. 누가 그런 사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예수님은 나병 환자에게 서슴없이 다가와서 만지신 후 축복을 주고 계신다. 오른쪽에 온몸에 피부병 흔적이 보이는 환자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이 행위는 하느님 앞에 자신의 작음을 드러내는 겸손의 표시이며 무언인가 자비를 간절히 청하는 행위다. 이 나병 환자는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능력과 자비를 기대하는 신앙을 보이고 있다. 

예수님은 피부가 썩어 들어가 문드러지고 악취가 나고, 보기 흉할지언정, 율법에서 가까이하는 것조차 금하는 나병 환자에게 손을 뻗어 그를 만지시고 치유해 주신다. 이미 예수님의 왼손은 나병 환자에게 뻗어 있다. 예수님은 치유자로서 치유의 은총을 선물하는 행위를 하고 계신다. 예수님이 만져주신 나병 환자는 성경에서 한 번 등장하고, 나병 환자 역시 몸을 깨끗하게 해달라고 한 번 간절히 청한다. 예수님의 한 번의 만지심이 나병 환자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신다.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허리를 숙이시고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의 손을 만져주시며,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주고 계신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는 “바로” 효과를 내 나병 환자가 깨끗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간단한 손짓과 말씀 한마디는 죄의 결과라고 여긴 나병 환자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져 주시고 공동체의 하나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나병 환자는 치유 기적을 통해 예수님의 권능을 체험하고, 예수님에 대한 참 믿음으로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세상에 선포하게 된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제자들은 예수님의 행위에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들에게는 스승의 행동이 결코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나병 환자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격리의 따가운 시선으로 보던 제자들이었다. 이제 이들과 주변 인물들도 예수님의 행위와 말씀 안의 사랑을 세상에 증언하게 될 것이다.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당신께는 어떠한 계획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욥 4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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