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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실내악 100선

실내악 100선 [8] 드보르작 / 피아노 3중주 4번 "둠키"

by 세포네 2012. 7. 5.

  

              Trio No.4 for Piano, Violin and Cello
                     in E minor, Op.90 'Dumky'
                      드보르작 : 피아노 3중주 4번 E단조, Op.90   '둠키'
                      Antonin Leopold Dvorak(1841~1904)



 
  드보르작의 ‘둠키’ 3중주곡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해 작곡된 작품들 가운데서도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다. 이 곡은 ‘둠키’라는 부제 덕분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피아노3중주뿐만 아니라 슬라브 무곡과 피아노5중주 등 드보르작의 작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둠키’, 혹은 ‘둠카’라는 말은 슬라브의 정서를 담은 일종의 명상곡을 뜻한다. ‘둠키’(dumky)는 ‘둠카’(dumka)의 복수형이며 ‘두마’(duma)라는 단어의 축소형이다. ‘두마’는 약 3세기 전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유래한 민속 음악으로 민족의 애환을 담은 일종의 서사적 민요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노래다. ‘두마’는 19세기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에 의해 클래식 음악작품에 적용되면서 좀 더 뚜렷한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것은 우울하고 몽상적인 명상곡 사이에 밝고 명랑한 음악이 중간 중간 끼어드는 음악이다. 감상적인 단조의 색채가 우리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순간 갑자기 빠르고 신나는 춤곡이 끼어들며 마법처럼 변모하는 변화무쌍한 전개야말로 ‘둠카’의 매력이다.

둠카 모음곡과 같은 독특한 악장 구성
‘둠카’라는 말이 들어간 드보르작의 작품들은 모두 그 특유의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드보르작의 피아노 3중주 작품 90은 모든 악장이 ‘둠카’로 되어있어 더욱 독특한 느낌을 준다. 드보르작은 이 곡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인정된 형식과는 다른 음악을 쓰려고 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대개의 실내악곡들이 일정한 형식을 갖춘 4악장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이 3중주곡은 모두 6악장으로 이루어져있어 특이하다. 각 악장은 연주시간 5분 내외의 짧은 둠카들로 구성되어 있어 모음곡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마도 드보르작이 1890년 11월에 ‘둠키’ 3중주곡의 작곡에 착수할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매우 작은 작품”을 작곡하고 있다고 적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나는 매우 작은, 정말로 매우 작은 소품을 작곡하고 있네..(중략)..이 작품은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를 위한 작음 소품인데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작품이지! 어떤 부분에선 명상적인 노래가 나오지만 다른 부분은 즐거운 춤곡 같은 음악이야.”
드보르작은 ‘둠키’ 3중주곡을 “매우 작은, 정말로 매우 작은 소품”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음악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둠카 특유의 우울하고 명상적인 음악과 빠른 춤곡의 강렬한 대조는 짧은 각 악장들마다 긴장과 활력을 부여하고 있기에 이 곡은 드보르작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극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또한 주제 선율을 장식적으로 변형해가는 변주의 원리까지 가세하고 있어 다채롭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드보르작의 전통적인 4악장 형식의 피아노 3중주 구성에서 탈피해 오로지 6개의 짧은 ‘둠카’들을 모아 ‘둠키’ 3중주곡을 구성한 것은 작곡가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보르작의 과감한 도전은 예술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성공도 이뤄냈다. 1891년 2월에 ‘둠키’ 3중주곡을 완성한 드보르작은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라흐너와 첼리스트 하누슈 비한과 함께 이 곡을 프라하에 초연한 이후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에서 40여 차례나 이 곡을 다시 연주했다. 또한 드보르작이 미국에 머무를 당시에도 그의 ‘둠키’ 3중주곡은 자주 연주회 무대에 오르면서 피아노3중주곡의 주요 작품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명상적인 음악과 빠른 춤곡의 강렬한 대조
드보르작의 ‘둠키’ 3중주곡은 전체 6악장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가운데 첫 세 악장은 쉼 없이 계속해서 연주하도록 되어있어 전체적으로는 4악장 구성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악장이 시작되면 인상적인 서주가 연주된 후에 바이올린이 ‘동경의 테마’라 불리는 선율을 연주하고 첼로가 그 뒤를 따른다. 그 선율은 지극히 감상적이며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강한 단조 색채와 느린 템포, 서글프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느린 부분에 이어서 갑자기 빠른 음악이 연주되면서 밝고 명랑한 기분을 표현한다. 이 빠르고 활기찬 음악은 앞의 우울한 음악과 그 분위기와 전혀 상반되지만 이 경쾌한 테마는 앞서 등장했던 우울한 동경의 테마와 그 뿌리가 같다. 이 테마는 동경의 테마가 장조로 바뀐 것일 뿐 실상 같은 선율인 것이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표현하는 드보르작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2악장 역시 대조의 묘미가 강조된 음악이다. 처음에는 첼로가 장송곡 풍의 고요하고 명상적인 음악을 연주하지만 곧 이어서 바이올린이 빠른 춤곡 풍의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이어지는 3악장은 피아노의 단순한 반복 음으로 시작되는 이 음악은 애도하는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이 역시 대조적으로 밝고 명랑한 음악으로 이어진다.하나로 연결된 1, 2, 3악장이 끝나면 잠시 휴식한 후 4악장이 연주된다. 그래서 4악장은 마치 일반적인 피아노3중주곡의 느린 2악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템포 역시 빠르지 않은 안단테 모데라토(Andante moderato, 걷는 듯한 보통 빠르기)로 되어있고 첼로의 서글픈 멜로디가 느린 악장 특유의 시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이 악장도 역시 ‘둠카’이므로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Allegro scherzando, 알레그로보다 조금 느린 스케르초 풍으로) 부분이 시작되면 스케르초처럼 해학적이고 변덕스런 음악이 펼쳐지면서 첼로의 서글픈 멜로디와 대조를 이룬다.율동미가 느껴지는 5악장에 이어 마지막 6악장이 시작되면 둠카 특유의 대조의 묘미가 더욱 강조되면서 화려하고 장대한 결말에 이른다. 이 악장에서는 느리고 장중한 서주로 시작된 후 꽉 찬 음향과 격렬한 표현, 시적인 분위기가 교차하며 개성적인 음악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음악이 마무리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악장 구성
1악장 Lento Maestoso - Allegro vivace quasi doppio movimento
단일 주제에 따른 두개의 부분이 A-B-A-B의 형태로 진행.

2악장 Poco adagio - Vivace non troppo - Poco adagio - Vivace non troppo
A-B-A-B의 형태dml 2부 형식.

3악장 Andante - Vivace non troppo - Andante
A-B-A의 3부 형식. 변주 형태로 진행.

4악장 Andante moderato - Allegretto scherzando - Meno mosso - Allegro - Vivace
론도 형식으로 진행.

5악장 Allegro
제 2 마디부터 나타나는 첼로가 연주하는 주선율과 그 자유로운 반복으로 진행되는 악장.

6악장 Lento Maestoso - Vivace
A-B-A-B의 2부 형식. 제 1, 제 2 악장에 비하여는 자유로운 진행.

'둠키' 란 느린 부분과 빠른 부분이 교대로 나타나는 2박자의 춤곡 '둠카'의 복수형입니다. 이 작품은 곡 전체가 둠카 형식으로 구성되었으며, 대조적인 성격 즉, 애수와 정열이 교차하는 슬라브 민족 색이 짙은 향토 무곡입니다.안톤 드보르작은 신세계 교향곡이나 첼로 협주곡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메리카>를 포함한 14곡의 현악 4중주, <둠키>를 포함한 4곡의 피아노 3중주곡, 5곡의 현악 5중주곡과 피아노 5중주곡 등 수많은 실내악곡을 남겼는데 그 중 <둠키>는 그 예술성과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에 속한다. '둠키'란 원래 민속적인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하는 우크라이나 지방의 노래인데 그 대부분은 슬픈 선율과 빠르고 정열적인 선율이 대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헝가리의 차르다슈와 비슷한 유형을 갖고 있다.이 작품은 모두 6개의 악장으로 구성되고 있어서 4개의 악장으로 되어있는 종래의 전통적인 소나타 악장형식의 구성방법과는 차별되는 독창적인 구성을 보이는 악곡이기도 하다. 특히 이 6개의 악장은 악장의 개념이라기보다는 6개의 둠카로 구성된 둠카 모음곡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개성적인 구성 방법은 드보르작이 꾸준하게 창작해 갔던 민족주의적 독자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작품은 전곡을 관통하는 일관성 있는 곡상이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포코 아다지오(poco adagio)로 연주되는 제2악장 주제와 안단테(andante)의 제3악장 주제의 아름다움이 유별하다.제1악장은 애조를 띤 느린 도입부가 지극히 정감적으로 연주되다가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의 듀엣은 짧으면서도 압권이다. 제2악장도 아름답고 우아하게 전개되며 제3악장은 애수에 찬 주제와 경쾌한 부 주제가 서로 엇갈리며 진행된다. 제4악장은 격렬한 서주에 이어 두 개의 주제가 등장하면서 바르고 활기차게 진행되며 종 악장은 6개의 둠카를 마무리 짓듯 포괄적인 내용으로 전곡의 클라이막스를 구축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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