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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24시간으로 재구성한 137억 살 우주의 신비

by 세포네 2012. 5. 13.

137억 살 우주 24시간으로 보면 인류 역사는 겨우 0.03초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우주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극심한 공해 때문에 밤하늘의 별 구경도 하기 힘든데 말이다.
 평화신문 창간 24돌을 맞아 우주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재구성해봤다. 현재를 자정에, 우주 탄생을 전날 자정이라는 시계에 맞췄다. 지구와 인간은 몇 시 몇 분쯤 태어났을까.
오늘은 자녀와 함께 근처 공원에 나가 밤하늘의 별을 한 번 찾아보자.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노래를 불러도 좋겠다.

우주 발생(00시 00분, 137억 년 전)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37억 년 전에 빅뱅이라 불리는 대폭발이 있었고, 우주는 그 대폭발로 말미암아 생겼다는 이론이다. 왜 그런 폭발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야말로 신비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지금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대폭발 순간 상상할 수 없는 높은 밀도로 모여 있었다. 그것은 부피를 전혀 갖지 않는 수학적 의미의 점(點)으로, 우주의 씨앗이다. 대폭발 순간에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지금의 우주 어느 한구석에 모여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우주 전체,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공간마저도 하나의 점으로 찌그러져 있었다는 말이다.

 대폭발 이후 우주는 쉬지 않고 계속 팽창해왔다. 우주를 부풀어 오르는 풍선에 비유하고 풍선 바깥에서 그 풍선을 바라본 것으로 우주 팽창을 설명하곤 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우주 바깥은 인간의 사고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빅뱅 이전 상태는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혹자는 시간 흐름이 정지하고 공간이라는 부피 개념이 소멸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이 없는 상태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구 탄생(16시 7분, 45억 년 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탄생한 것은 45억 년 전 일이다. 우주가 탄생하고 92억 년이 지난 후다. 그러니까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봤을 때 자정부터 18시간이 흐른 오후 4시쯤 지구가 생긴 것이다.지구가 탄생하기 이전 우주 역사가 지구 탄생 이후 역사보다 2배나 길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지구는 태양 주위 미세한 행성들이 뭉쳐져 탄생했다. 탄생 직후 지구는 고온의 마그마 바다였으나 작은 행성들 충돌이 잠잠해지면서 냉각하기 시작해 얇은 지각을 형성한다.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이었던 원시 대기에 비가 내림으로써 바다가 생기고,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하늘이 맑아진다. 35억 년에서 25억 년 전 사이에 지표 온도가 현재 온도와 가까워졌고, 지구 환경도 안정기에 접어든다. 그리고 35억 년 전 지구에 비로소 원시 생명이 탄생한다…. 과학자들이 내놓은 지구 탄생 이야기다.

 지구 역사는 선캄브리아대ㆍ고생대ㆍ중생대ㆍ신생대로 나뉜다. 지구 탄생 때부터 5억 7000만 년까지 선캄브리아대에서는 최초 생물체인 박테리아(균류)가 나타났고, 5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 3000만 년까지 고생대에서는 여러 가지 생물이 등장했다. 2억 30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까지는 중생대, 바로 공룡의 시대다. 영화 '쥐라기공원'으로 유명한 쥐라기는 중생대의 한 시기로, 공룡이 가장 번성했던 때다. 이후 65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신생대라고 한다. 인간이 출현한 시기다.

 400만 년 전 드디어 지구에 오늘날 우리와 같은 인간이 출현한다. 물론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아주아주 오래 전 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주의 주인공이 될 인간이 등장한 것은 '불과' 400만 년밖에 되지 않았다. 2012년을 오늘 자정으로 보고 우주 시작 시점을 전날 자정으로 본다면, 인간이 태어난 때는 오늘 자정에서 25초를 남겨 놓은 시점이다. 그러니까 우주는 지금까지 24시간 중에서 23시간 59분 35초를 인간 없이 지내온 것이다. 우주 전체 역사에서 인간 역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미미하다.

인간 출현(23시 59분 35초, 400만 년 전)

 4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선행(先行) 인류인 호미니드들이 나타났다. 호미니드는 뇌가 크고 직립 자세로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팔원숭이류ㆍ고릴라ㆍ침팬지ㆍ오랑우탄 등 다른 유인원(類人猿)과 구별됐다. 그들은 두 다리로 걷고, 정면으로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팔과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연석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었다.

 260만 년 전, 인간 종(種)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인간이 출현했다. 이들은 호모 하빌리스라고 불렸다. 최초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더불어 석기시대가 시작됐다. 석기 제작과 사용은 인간이 환경과의 관계에서 최초로 이룬 성취 가운데 하나다.

 인간은 동물들을 사냥해 먹고, 동물 털과 가죽으로 자신의 몸을 추위로부터 막았다. 또 불 사용법을 익혀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나아가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냈다. 도구 사용은 인간을 여느 동물과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구분짓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돌을 사용하다가 이후 청동기와 철기 등을 사용함으로써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떠올랐다.

 농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으로 먹을 것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한 곳에 정착하게 된 것은 문명이 태동하는 씨앗이 됐다. 사람들이 통치기구를 갖춘 도시를 형성하고 분업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을 문명의 탄생이라 부른다. 달력과 문자 발명을 문명의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

문명 태동(23시 59분 59.97초, 5000년 전)

 5000년 전, 지구 역사상 최초로 이와 같은 문명이 나타났다. 나일강ㆍ황하강ㆍ인더스강ㆍ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문명 등 이른바 4대 문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주 역사 137억 년에서 5000년은 0.03초의 시간이다. 눈 깜짝할 시간보다 짧다. 그 찰나에 인류는 지금까지의 모든 성취를 일궈냈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인간 문명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23시간 59분 59.97초는 무의미한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23시간 59분 59.97초가 자연의 역사였다면 0.03초는 인위의 역사다.

현재(24시 00분), 그리고 미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인간이 커져버린 것이다. 지구를 파괴시키고도 남을 핵도 심각하거니와 인간이 저지른 생태 파괴는 지구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1914~2009) 신부는 생태계 위기의 원인으로 △과학 산업문명의 진보라는 신화 △지구에 대한 종교적 경외심 상실 △인간 중심주의와 가부장제 인간 역사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네 가지 주체인 정치 체제, 기업, 대학, 그리고 종교가 인간 중심주의를 버리고 생명 중심주의에 기초한 생태문명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구의 파국을 막고자 할 때,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생태적ㆍ영적 우주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베리 신부의 주장이다.

 인간은 자신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소중한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주 기원은 137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을 오늘 자정으로 보고 우주 시작 시점을 전날 자정으로 봤을 때 인간은 밤 11시 59분 35초에 탄생했다. 【CNS】

 

▲ 45억 년 전에 탄생한 지구는 인간과 영원히 함께할 소중한 동반자다.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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