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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여행이야기

겨울 강에 기대 선현을 추억하다. 수종사, 다산길

by 세포네 2011. 1. 22.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수종사전경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겨울로 가는 길목, 절이 아름답다. 그 사찰에서 작설차 한잔 음미하며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남양주의 작은 사찰인 수종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몸을 섞는 두물머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청평 방향 45번 국도에서 벗어나 운길산 방향으로 1시간 남짓 걸어 오르면 수종사가 살포시 숨겨진 모습을 드러낸다. 발아래 펼쳐지는 장관으로만 따지면 이곳 수종사의 풍경도 여느 사찰에 뒤지지 않는다. 청평호에서 피어나는 새벽녘, 해질녘 뽀얀 운무는 운길산까지 자욱하게 뒤덮곤 한다.

청평호 겨울풍경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대웅전 마당 앞에 서서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는 여행자들의 시선에는 미동이 없다. 수종사의 돌미륵이 된 듯, 500년 넘은 은행나무 고목이 된 듯 하염없이 팔짱을 끼고 바라본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이곳을 천하제일의 명소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수종사 대웅전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이곳의 남다른 매력은 대웅전 앞에 자리 잡은 찻집인 ‘삼정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 맛이 좋아 초의 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마시기도 했던 곳에 삼정헌이라는 찻집이 들어섰다.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 되는 곳의 라는 의미의 삼정헌에서 마시는 작설차의 맛은 은은하기로 소문이 났다. 통유리창 너머로 두물머리를 내려다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데 한적한 겨울에 여유롭게 마시는 차의 향기와 멋은 일품이다. 등산객과 방문객들의 사랑방이 된 삼정헌에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서 다기 소리와 즐거운 담소들이 피어난다.

(좌) 수종사삼정헌 차 (우) 삼정헌과 두물머리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조선 세조가 뱃길 따라 환궁을 하다 범종소리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가람을 짓게 했다는 유래를 지닌 수종사는 이밖에도 볼만한 유물이 여럿 있다. 세조때 심었다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이 넘었고 둘레가 7m나 된다. 왕명에 의해 만들었다는 8각형 부도와 사리와 불상이 다수 나왔던 5층 석탑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등산객들에게는 이곳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에 오르는 트래킹 코스도 인기가 높다.

오층석탑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수종사 초입에서 다산유적지까지는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최근 능내리 다산유적지 일대는 남양주의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2009년 10월 실학박물관이 오픈했고, 지난 가을부터 다산길 등 ‘남양주의 올레길’이 새롭게 조성됐다.

남양주 걷기 코스 중 인기 높은 곳은 다산길, 한강나루길, 새소리 명당길 등 3개 코스로 38km 가량 된다. 능내 1리 연꽃마을을 지나 팔당호를 따라 난 다산길에는 곳곳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다소곳한 카페와 야외갤러리들도 길동무가 된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토끼섬 지나 팔당댐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의 모습이 아름답다. 길을 걷다보면 갈대사이로 철새가 날아오르고 팔당댐의 숨겨진 풍경을 바라보는 짜릿한 행운도 주어진다.

(좌) 다산길 이정표 (우) 다산길 팔당호 <사진촬영: 여행작가 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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