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의 샛길에서
/신 영
가을과 겨울의 샛길에서 만나는 십일월, 그 어느 계절보다도 코끝이 찡긋해지는 이 늦가을을 좋아한다. 오색으로 물드는 가을 나뭇잎들을 바라보면서 어느샌가 나도 물들어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소리 없는 바람에 제 무게만큼씩 하나 둘 내려놓는 나뭇잎 그리고 쌓이는 낙엽 그들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나를 만난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작은 것 하나에도 귀 기울여지는 계절이다. 가을 햇살에 물들이며 익어가던 들풀과 나뭇잎 그리고 소리 없는 바람, 스산한 바람을 타고 홀연히 젖어드는 가을비 이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사색에 젖게 한다. 십일월이면, 이 자연들과 함께 깊은 몸 앓이 가슴앓이를 한다. 세상에 좋은 일 나쁜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 그저 우리가 사는 동안에 만나지는 일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 그 어떠한 일 후의 반응과 대처(How)가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가끔 겨울나무를 생각한다. 어찌 사람과 이렇게 닮았을까 하고 감동할 때가 있다. 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며 그들은 마디를 만들고 그 마디를 지나 가지가 자란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살면서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만나지만, 어둠의 시간이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그 어둠의 시간이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통(苦痛)은 삶의 한 부분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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